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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절반도 못했는데"..'한달 지나 환불 불가' 피부과 약정..효력 있을까 [소비의 정석]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15:15

수정 2026.06.07 15:14

피부과 패키지 시술 중도 환불 요구에
'1개월 이후 환불 불가' 약정 내세운 병원
분쟁조정위원회, 민법상 해지권 제한 조항으로 '무효' 판단
소비자원, "다회권 결제 전 환급 기준 확인 필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 "시술을 두 번밖에 못 받았는데 환불이 안된다는게 말이 되나요."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회사 근처 피부과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성 패키지 시술을 계약했다. 총 49만원 상당의 시술을 29만원에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CO2+Nd-yag 레이저 1회와 레이저 토닝 4회로 구성된 패키지 2회분을 총 63만8000원에 결제했다. 하지만 얼마 후 A씨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면서 해당 병원 방문이 어려워졌다. 이에 A씨는 잔여 횟수에 대한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계약 당시 소비자가 서명한 약정서에 '계약 후 1개월 이후 환불 요청 시 환불 불가'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환급을 거부했다.

A씨는 "시술을 절반도 받지 못했는데 남은 금액을 하나도 돌려받을 수 없다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국소비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외모 관리를 위한 시술이 다양해지면서 피부과·성형외과 등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시술 상품을 둘러싼 환급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할인 혜택을 내세워 상담 당일에 다회권을 한 번에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도 해지 시 환급 기준을 두고 소비자와 의료기관 간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A씨 사건의 쟁점은 '환불 불가' 약정의 효력 여부였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의료 서비스 계약은 환자가 자신의 진료 행위를 의사에게 맡기고 의사가 이를 수락하는 '위임계약'에 해당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법 제689조에 따르면 위임계약은 원칙적으로 각 당사자가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병원이 내세운 '1개월 이후 환불 불가' 조항은 이 같은 소비자의 계약 해지권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소비자가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미 받은 시술에 대한 비용 및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상당액도 일부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병원이 소비자에게 44만6000원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소비자원은 미용 시술 계약을 체결할 때 할인율만 보고 결정하지 말고 환급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패키지 계약은 결제 시에는 할인액으로 결제했더라도 해지 시에는 할인 전 정상가를 기준으로 이용 횟수를 차감하는 경우가 있다"며 "결제 전 중도 해지 시 환급금 산정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