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행정 패러다임 전환 이끄는 이종욱 관세청장
보호무역주의 속 ‘수출 지원군’
중동상황 비상대응TF 꾸려 특례 적용
원자재 수급불안 기업 관세기한 연장
나프타 대체재 비축 땐 '관세율 0%'
유턴 화물은 검사 최소화로 부담 덜어
국민 위협하는 범죄는 철통방어
날로 늘어나는 마약 밀수 적발량
1분기 180㎏… 420만명 동시투약 가능
N차 검사·복수 판독 등 감시망 재설계
불법 외환거래 단속 ‘고삐’
환치기 범죄 84%가 가상자산 악용
해외 이전 시 ‘사전 등록’ 의무화
형사처벌로 국제 범죄 자금줄 차단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기술 경쟁 심화로 관세 국경은 국익과 안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최전방 경제 전쟁터가 됐습니다. 이젠 관세 행정의 패러다임을 '경제 안보'와 '민생 안정'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합니다." 취임 4주차를 맞은 이종욱 관세청장은 지난 5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행정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이 청장은 국경 감시망 전면 재설계와 신종 무역범죄 전담 수사 조직 확충을 하반기 핵심 과제로 꼽으며, 전방위 경제 안보·민생 행정을 속도감 있게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청장은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물가와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세정·물류 지원을 통한 돌파구도 찾고 있다.
핵심 원자재 확보를 위한 규제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관세청은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와 '원산지 서류 간소화'에 합의해 연간 최대 3300만 배럴의 캐나다산 원유를 확보했고, 미국산 원유 수입 시 운항 기록만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직접 운송을 인정키로 하는 파격 조치를 취했다.
이 청장은 날로 지능화하는 국경 범죄에는 강경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올 1·4분기에만 역대급 규모인 180㎏의 마약을 적발한 관세청은 제3국 경유 우회 밀반입을 막기 위해 감시망을 재설계하고 있다. 국제 범죄의 자금줄이 되는 가상자산 활용 '환치기' 단속도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해외 가상자산 이전 시 사전 등록이 의무화되며, 지급절차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도 마련됐다.
이 청장은 "체감 물가를 안정시켜 우리 기업의 버팀목이 되겠다"며 "촘촘해진 법망과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초국가 범죄의 자금 고리를 철저히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청장과의 일문일답.
ㅡ취임 3주가 지났다. 향후 정책 방향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관세청의 역할이 단순 세수 확보에서 '국민안전·경제안보 보호 및 수출 촉진'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에 대응해 하반기 관세청은 6대 핵심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마약·총기 차단을 위해 국경 감시망을 전면 재설계하고, 첨단산업 수출 지원을 위한 현장 규제 혁신과 함께 자금세탁·가상자산 등 신종 무역범죄 전담 수사 조직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ㅡ최근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 71%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현지 정세가 국내 물가와 산업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해상 물류 불확실성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수출 측면에서는 선박 회항과 운임·보험료 상승으로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차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다. 수입 측면에서도 원유 수급 불안이 제조 원가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려 민생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다. 관세청은 지난 3월 '중동상황 비상대응TF'를 발족해 전방위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ㅡ중동 비상대응TF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중동 분쟁으로 원재료 확보부터 수출까지 전 단계에서 기업들의 손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동행 수출이 취소되거나 화물 적재가 무산돼 신고를 정정·취하한 사례만 1172건으로 이미 1000건을 넘어섰다. 비상대응TF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세정·물류 지원을 펼치고 있다. 세정 측면에서는 나프타 등 원자재 수급 불안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7241억원 규모의 관세 납부기한을 연장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우회 항로나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며 폭등한 운송비와 보험료 상승분을 과세가격에서 제외해 주는 '운임 특례'를 3월 수입분부터 소급 적용해 기업 부담을 낮췄다.
물류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원유·나프타 등 필수 원자재의 '입항 전 수입신고'를 허용해 공장에 즉시 투입되도록 돕는 한편, 현지 정세 악화로 국내로 되돌아온 '유턴 화물'은 24시간 긴급 통관 체계를 가동해 검사를 최소화하고 있다.
ㅡ공급망 관리 강화 방안은.
▲수입선 다변화를 가로막는 관세 장벽과 규제를 과감히 깼다. 먼저 지난 4월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와 '원산지 서류 간소화'에 합의해 복잡한 입증 절차 탓에 포기해 온 FTA 관세 혜택을 공식 확인서 1장으로 받게 했다. 이로써 연간 최대 3300만 배럴의 캐나다산 원유를 확보하게 됐다. 아울러 미국산 원유 수입 시 경유지 서류 미비로 FTA 혜택을 못 받던 관행도 손질해 기업 보유 서류와 운항 기록만으로 직접운송을 인정키로 했다. 나프타 대체재인 호주산 천연가스액(NGL)은 비축의무가 없는 '석유제품'으로 신속 분류해 관세율 0%로 연간 250만t을 추가 확보할 길을 열었다.
관세청의 '조기경보 시스템(C-EWS)'을 고도화해 3중 방어막을 폈다. 우선 원유·나프타 등 7대 핵심 에너지의 수입 단가와 물량을 매주 분석해 급등 징후를 관계부처에 즉시 전파한다. 이어 수입 변동성과 특정국 의존도를 지표화해 위험 수치 도달 시 긴급 경보를 발령한다. 마지막으로 산업통상부, 재정경제부 등과 일일 단위 통계 공유 체계를 강화하고, 요소수나 나프타 등은 요청 즉시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24시간 신속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ㅡ할당관세를 악용한 시장 왜곡 행위 대응은.
▲관세청은 보세구역 내 할당관세 품목의 반출 지연 업체를 집중 점검해 지난 2월 설탕 292t을 미반출 상태로 보관하던 업체를 적발해 시중 유통을 유도했다. 또 소·돼지고기 등 민생 밀접 품목에는 수입신고 지연 가산세를 부과해 신속한 유통을 꾀하고 있다. 위장업체를 통한 부당 혜택이나 수입 가격 조작 등 위법 행위도 단속해 최근 돼지고기 할당관세를 부정 적용받은 5개사와 정제당 물량을 부당 확보한 4개사 등을 적발했다. 앞으로 관세청은 농림축산식품부 등 추천기관과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ㅡ올 1·4분기 마약밀수 단속 현황으로 볼 때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올해 1·4분기 국경단계에서 적발한 마약류는 총 302건, 180㎏에 달한다. 이는 약 42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3t 적발에 이어 올해도 전년 동기 대비 적발 건수가 13% 증가하는 등 마약 밀수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단속 현장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마약 종류의 '다변화'와 '대형화'다. 관세청은 국제우편에 대한 마약 2차 저지선 구축에 이어 특송과 여행자 등 모든 마약 반입경로에 'N차 판독·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X-레이 복수 판독체계도 도입할 예정이다. N차 검사는 비행기 착륙 즉시 비행기 문 앞에서 1차로 마약을 검사하고, 입국심사 후 또 한 번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N차 판독의 경우 그간 한 사람이 하던 수하물 X-레이 판독을 두 사람이 맡아 보다 꼼꼼하게 불법물품을 적발하게 된다.
ㅡ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로 우회수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책은.
▲지난해 4월부터 임시로 운영해 온 '무역안보특별조사단'을 올해 정식 직제로 전환하고 본청에 '무역안보조사팀'을 신설하는 등 수사 전담 조직을 확충했다. 이와 함께 무역안보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우회수출 분석모델을 개발하는 등 내부 역량 강화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수사 체계 정립은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무역안보 침해범죄 적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655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4월 말 기준 이미 6395억원 상당을 적발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ㅡ불법 외환거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최근 5년간 단속한 환치기 범죄 실적은 총 12조5189억원으로, 이 중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가 84%를 차지했다. 연도별 가상자산 비중 역시 2021년 68%에서 지난해 84%로 급증하며 범죄 수단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불법 외환거래는 마약·보이스피싱 등 초국가범죄의 자금세탁 동력으로 악용돼 왔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해 10월부터 특별단속TF를 가동해 1조8000억원 규모의 불법 자금을 검거하고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적극 대응해 왔다. 여기에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앞으로 해외로 가상자산을 이전하려면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사전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해 제도권 내 투명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 이종욱 관세청장 주요 약력△51세 △경북 상주 △경북 김천고 △연세대 경제학과 △행시 43회 △미국 럿거스대 행정학 석사 △관세청 수출입물류과장 △관세청 창조기획재정담당관 인천항만통관감시국장 △관세청 심사국장 △관세청 기획조정관 △관세청 조사국장 △관세청 차장 △제35대 관세청장(현)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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