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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린, 변기 옆에서 밥 먹고 뜨개질까지…의사들이 경고한 이유 [헬스톡]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8 05:44

수정 2026.06.08 08:30

화장실에서 식사, 취미 생활을 하는 린.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갈무리
화장실에서 식사, 취미 생활을 하는 린.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최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가수로 활동 중인 린의 이혼 후 홀로 지내는 일상이 공개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난 린이 스틱 꿀과 콩 등을 챙겨 화장실로 직행한 뒤, 변기와 세면대 사이 바닥에 주저앉아 식사를 하고 뜨개질과 독서까지 즐기는 모습은 안방극장을 놀라게 했다.

"조용해서 좋다"며 만족해하는 린의 모습에 서장훈과 신동엽을 비롯한 출연진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그녀의 어머니조차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왜 하필 화장실일까?"… 극심한 스트레스가 부른 심리적 '방공호'


이처럼 좁고 구획된 공간인 화장실에서 묘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심리적 기제는 큰 심리적 변화나 스트레스를 겪은 후 일종의 도피처를 찾는 과정에서 개인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은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려는 '심리적 퇴행(Psychological Regression)' 및 '안전 기지(Safe Haven)' 추구 성향으로 분석한다.



화장실은 집 안에서도 유일하게 완벽한 잠금이 보장되며 외부의 시선과 소음이 철저히 차단되는 독립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혼이나 큰 상실 등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거대한 스트레스를 마주했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작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숨어들어 불안도를 낮추려는 경향이 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이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의 자궁 속과 같은 아늑함을 연상시킨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외부 세계의 복잡한 문제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가장 원초적이고 무방비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화장실 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는 행위는,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보호하려는 강력한 방어 기제인 셈이다.

특히 거실이나 침실이 가족 구성원과 관계를 맺거나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역할의 공간'이라면, 화장실은 철저히 개인적인 배설과 정화가 이루어지는 '원초적 공간'에 가깝다. 큰 심리적 위기를 겪은 직후에는 일상적인 역할조차 버겁게 느껴질 수 있으며, 이때 화장실은 아무런 사회적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도피처로 기능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장실 바닥에 머무는 독특한 습관은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감당하기 벅찬 현실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고 자신만의 작은 성벽 안에서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려는 무언의 구조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 "위생·관절 건강 치명적"


다만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러한 독특한 생활 습관이 신체 건강, 특히 감염성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단연 세균 감염과 식중독의 위험이다.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습도가 높아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공간이다.

특히 변기 물을 내릴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방울에 섞여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 각종 장내 세균이 사방으로 퍼지는 '화장실 플룸(Toilet Plume)'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변기 바로 옆 바닥에 앉아 덮개 없이 개방된 상태의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병원균과 오염물질을 음식과 함께 그대로 삼키는 것과 다름없어 급성 장염이나 심각한 식중독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딱딱하고 차가운 타일 바닥에 장시간 머무는 자세 또한 신체에 큰 무리를 준다.
등받이 없는 좁은 바닥에 웅크리거나 비스듬히 앉아 뜨개질과 독서에 집중하게 되면 척추와 골반에 불균형한 압력이 가해져 허리 디스크나 거북목 증후군을 유발하기 쉽다.

더불어 실내 다른 공간에 비해 온도가 낮고 냉기가 올라오는 화장실 바닥은 하체와 관절 주변의 혈액 순환을 방해하여 근육과 인대를 경직시키고, 이는 무릎 및 척추 관절의 만성적인 통증과 염증으로 직결될 수 있다.


아무리 개인적인 위안을 주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화장실 본연의 목적 외의 체류를 삼가고 쾌적한 주거 공간에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