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중동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종전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번 공격은 중동 확전 우려를 키우며 협상판을 흔드는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직접 연락해 보복 공격 자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모든 결정은 내가 한다"며 중동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강조했고, 이란에도 협상장 복귀를 촉구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11일)을 앞두고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을 동시에 압박하며 휴전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휴전 깨지나…이란, 휴전 후 첫 미사일 공격
이란은 7일(현지시간)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외곽 공습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제한적인 규모의 탄도미사일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미사일 공격이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미사일을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으며 시민들에게 대피소에서 나와도 된다고 공지했다. 다만 정부는 예방 조치 차원에서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번 공격은 지난 4월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성사된 이후 처음으로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사례다. 중동 지역이 다시 전면 충돌 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휴전 수용의 전제 조건은 모든 전선에서의 휴전이었다"며 "이번 공격은 경고이며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대응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란이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명령이 내려지는 즉시 이란을 강력히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급해진 트럼프…네타냐후·이란 동시 압박
휴전이 파기되고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레바논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과 조율이 없었다. 나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스라엘이 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애칭)가 보복한다면 지난 47년, 혹은 300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갈등은 계속될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통화하며 보복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는 "그는(네타냐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는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란에 대해서도 자제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내가 이란에 하고 싶은 말은, 미사일을 쐈으니 이제 그만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합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전 협상 타결 승부수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을 동시에 압박하고 나선 것은 종전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 상황과 관련해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다"면서도 "몇 가지 쟁점이 남아 있다.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8~10일 사이 타결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역시 이날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미 월드컵 개막 전 종전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은 전체 경기의 약 75%를 자국 내 경기장에서 치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 기간 중 중동발 위기가 재점화되는 상황을 피해야 하는 만큼 이란과 이스라엘을 동시에 압박하며 휴전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점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 시한에 쫓기는 미국과 달리 이란은 추가 양보를 요구하며 협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막판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란은 최근 종전 합의와 동시에 동결자산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완전 철수 등을 요구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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