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 호조에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급부상
국채금리 상승에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 확대
소프트뱅크·도쿄일렉트론 등 AI·반도체주 급락
엔화 강세 전환 가능성…외국인 수급 변수로 부상
"AI 성장성 유효하지만 단기 조정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8일 전거래일 대비 3.85% 급락하며 올들어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상승장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63엔(3.85%) 내린 6만402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낙폭이 3000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9일(2892 하락)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시장의 분위기를 바꾼 것은 미국의 5월 고용지표였다. 미 노동부가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가 17만2000명으로 시장 예상치(8만~11만명)를 크게 웃돌면서 노동시장의 견조함이 재확인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고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금리 선물시장을 바탕으로 정책금리를 전망하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5일 저녁 기준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은 80%를 넘어섰다. 전날 50% 안팎에서 급등한 수치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5%대로 올라 약 2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장기금리도 2.7%대로 상승했다.
그 결과 성장주로 여겨지는 AI·반도체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소프트뱅크그룹(SBG)과 키옥시아홀딩스는 장중 한때 10% 넘게 급락했고 도쿄일렉트론은 8% 이상, 어드반테스트는 7% 이상 하락했다.
성장주는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고 이익수익률은 낮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대비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일생명 자산운용경제연구소의 시마미네 요시키요 시니어 연구원은 "국채 수익률이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웃돌고 있어 채권의 투자 매력은 높아졌다. 금리 상승을 계기로 주식시장이 잠시 냉정을 되찾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주가 하락이 엔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투자 과정에서 환위험 회피를 위해 일본 주식 매수와 엔화 매도 포지션을 함께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 증시가 하락하면 이 같은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일본 주식 매도와 엔화 매수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대화증권의 키노우치 에이지 수석 기술분석가는 "주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엔화 강세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유 규모는 약 300조엔으로 추정된다"며 "절반 정도만 환헤지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도 일본 주식 매도·엔화 매수 압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2024년 여름 '레이와 블랙먼데이' 당시에도 이 같은 포지션 청산이 증시 급락을 키운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산업의 장기 성장성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시마미네 시니어 연구원은 "AI는 사회에 30~40년에 한 번 있을 정도의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산업"이라며 "현재의 하락은 어디까지나 과열 이후의 속도 조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추가 조정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증권의 이시바시 다카유키 부사장은 "당분간은 두세 차례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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