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일각, 형사책임엔 회의적
8일 대검찰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대검은 전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경 합수본을 구성하고 국민적 의혹을 엄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선거를 전담하는 공공수사부를 중심으로 경찰과 합수본 규모와 지휘체계 등을 협의 중이다.
수사 초점은 선관위의 투표용지 수급 계획 수립 과정과 의사결정 구조, 현장 대응 경위 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수사 경험이 많은 A 변호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한 업무상 과오인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의도한 행위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만큼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더 여유있게 준비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선관위가 특정 의도를 가지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기 보다는 지난 2022년 6·1 지방 선거 이후 선관위의 종합선거관리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남는 투표용지 회수, 보관, 폐기 등에 예산이 낭비되고 투표 용지의 분실, 도난, 유출 등이 부정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지방선거 투표지 인쇄량을 60%에서 이번 선거부터 50%로 낮췄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들의 의사소통 과정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처음 보고된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한 과정을 추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가능성 역시 거론된다. A 변호사는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 규모와 대기표 배부 현황, 투표소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려면 강제수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투표용지 추가 공급 과정의 적법성이다. 공직선거법 제150·151조는 투표용지를 선거일 전날까지 각 읍·면·동 선관위에 송부해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일련번호를 인쇄하도록 규정한다. 추가 공급된 투표용지가 이 같은 과정을 지키지 못했는지도 들여다 봐야 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추가 투표용지가 어디서, 어떤 절차를 통해 준비됐는지,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 반드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도 적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드러난 내용만으로는 형사적으로 어떤 범죄가 성립하는지부터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직무유기 혐의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무유기죄는 고의로 직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수요 예측 실패의 성격이 강해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피력했다. 곽 변호사도 "직무유기는 아예 일을 하지 않아야 성립하는데, 업무를 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법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막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선관위 사무관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법원은 대응이 미흡했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정경수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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