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주도했던 유럽 경제적 쇠퇴
트럼프 화석에너지 관련 규제철폐
혼다 EV사업 실패 90억달러 손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앞세워 질주
ESG의 도덕론적 한계 통찰하고
사업 본질인 고객·시장 전념해야"
1968년 서유럽 지식인들을 주축으로 국제 전문가그룹인 로마클럽이 발족하였다. 1972년 출간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는 인구 증가, 공업생산, 식량생산, 환경오염, 자원고갈의 5가지 분야에 대해 1900년부터 1970년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2100년까지 추이를 예측했다. 핵심은 세계인구가 증가하고 자원소비가 계속되면 현대문명은 한계에 도달한다는 경고였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의 고갈시기를 20~30년 후인 2000년대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셰일가스와 심해유전을 비롯해 확인된 에너지 매장량은 오히려 대폭 증가하였다.
이러한 오류와는 무관하게 로마클럽이 제시한 유한한 자원과 무한한 성장의 충돌이라는 거대담론은 자원고갈과 문명종말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이러한 맥락에서 2000년대 기업분야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이 부각되었다. 21세기 기업 도덕론인 ESG는 기후변화, 자원절약, 환경보호, 다양성 확보, 사회갈등 해소 등 각종 사안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였고 금융업계는 일부 투자와 대출에 ESG 요소를 반영하였다. ESG는 정치권, 언론과 학계, 전문가 집단 및 시민단체가 기업에 각자의 입장에 따른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효과적 명분이 되었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대주주·경영진의 도덕적 흠결을 가리는 전술적 도구로서 ESG가 호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일종의 메가트렌드인 ESG는 미국에서부터 거품이 빠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국제기후금융계획도 폐지하였으며 화석에너지 관련규제도 대대적으로 철폐하고 있다. 미국 주요 산업에 대한 부담 감소라는 경제적 측면과 함께 탄소배출과 기후변화의 상관성 등에 대한 실질적 근거도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도 화석연료 사용과 기후변화의 상관성에 대한 과학적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ESG를 주도하던 유럽의 경제적 쇠퇴도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친환경 저탄소 관련기술을 선도하여 차세대 산업경쟁력으로 발전시키려던 유럽연합(EU)의 미래산업 구상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산업들이 난관에 봉착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21세기 초반 전기차(EV)는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의명분에 배터리 기술발전이 결합되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증폭되었다. 각국 정부도 보조금 지급, 충전인프라 확충 등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독일의 벤츠, BMW, 미국의 GM, 포드 등은 2030년대 100% EV 전환을 선언하였다. 일본의 닛산은 EV 선구자였고, 혼다도 적극적으로 투자하였다. 반면 도요타는 급격한 EV 의무화 정책에 부정적 입장으로 하이브리드-EV 병행전략을 표방하였고, 전 세계 ESG 투자자와 환경단체로부터 변화를 거부하는 시대착오적 기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기존 자동차 기업 중에서 최대 승리자는 도요타이다.
현재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 1위를 질주하는 반면 여타 회사들의 EV 투자는 회수 불가능한 매몰비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혼다는 EV사업 정리에 따른 90억달러 손실로 1957년 상장 이후 69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였다. 기존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미래전략산업으로 추진했던 EV시장의 주도권마저 신규 참가자인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에 넘어갔다.
현시점 우리나라 기업의 입장에서 ESG의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는 없다. ESG 흐름을 각자의 입장에서 적절히 수용하면 된다. 다만 ESG의 트렌드에 경도되어 현실과 사업전략이 유리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 정치사회적 트렌드에 과잉반응하여 추진하는 사업의 실패는 오롯이 기업의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ESG 거품은 소위 본진인 미국부터 급속하게 빠지고 있다. ESG의 도덕론적 한계를 통찰하고 사업의 본질인 고객과 시장에 천착해야 한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