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발 자카르타 항공편 탑승해보니
A330-300 무료 기내식에 플랫베드 제공
사실상 대형항공사 수준 서비스에 깜짝
장거리 대비 '3 파일럿 오퍼레이션' 도입
피로 회복 넘어 '승객 안전 강화'에 중점
네트워크 확장·수익성 '두 토끼' 시금석
[파이낸셜뉴스]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체크인 카운터. 티웨이항공 로고 아래 'JAKARTA(자카르타)'라는 행선지가 선명하다 빛났다. 지난 4월 29일 신규 취항한 티웨이항공의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반납된 운수권을 획득하며 날개를 폈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등 저비용항공사(LCC)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거머쥔 성과다. 주 5회(월·수·금·토·일) 운항하는 이 노선에는 대형기인 A330-300(347석: 비즈니스 세이버 12석+이코노미 335석)을 투입된다. 전 좌석 무료 기내식과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 플랫베드 등 사실상 '대형항공사(FSC)'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적도의 뇌우를 뚫는 조종석..."거리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
이날 오후 3시 10분, 300여명의 승객을 태운 A330-300 여객기가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을 향해 날아올랐다. 자카르타로 향하는 항로에는 적도 부근 열대수렴대(ITCZ)가 가로놓여 있다. 대류성 뇌우와 난기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조종사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구간이다. 실제로 기내에서는 "기류 변화로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방송이 수시로 흘러 나왔다.
조종대를 잡은 고민석 티웨이항공 기장은 "자카르타는 ITCZ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뇌우와 난기류가 빈번한 항로 특성을 갖고 있어, 최신 기상 데이터와 기상 레이더를 기반으로 정교한 항로 관리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코타키나발루 인근 공역에서는 우회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한 예비 연료를 탑재하는 등 보수적이고 선제적인 안전 운항 기준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
특히 해당 노선에 적용된 '3 파일럿 오퍼레이션(3 Pilot Operation)'은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기장 2명과 부기장 1명으로 조종석을 구성했다. 단순히 비행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다. 고 기장은 "신규 취항 초기인 만큼 새로운 공항과 공역 환경에 충분히 적응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2022년 시드니 취항 이후 유럽·북미까지 장거리 네트워크를 순차 확대하며 쌓아온 경험, 자카르타와 유사한 환경의 싱가포르 노선 운항 경력이 이번 취항 준비의 자산이 됐다.
B737 단거리 위주에서 A330으로 기단이 확장되면서 '투 타입 레이팅(Two Type Rating)' 조종사 양성은 티웨이항공의 핵심 과제다. 그는 이에 대해 "안전 운항에 있어 단거리와 장거리의 기준은 다를 수 없다"며 "다만 장거리는 피로 관리, 교대 체계, 기상 변화 대응, 공항 특수성 등 고려 요소가 한층 많아지는 만큼 '훈련'과 '경험'을 함께 축적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항공기 경험이 풍부한 교관·심사관급 기장들을 중심으로 초기 PIC(Pilot in Command) 임무를 운영하고,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장들에게는 실제 라인 오퍼레이션에서 이착륙과 비정상 상황 대응 과정을 충분히 관숙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시뮬레이터 훈련 역시 절차 숙달을 넘어 장거리 노선 특유의 기상 상황, 장시간 운항 중 의사결정, 피로 관리 등을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다.
고 기장은 "조종사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수백 명 승객의 시간을 지키고 가족의 기다림을 연결하는 책임을 함께 안고 비행하는 사람"이라며 "장거리 운항이 본격화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거리'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간에 자카르타로 접근하는 순간, 도시의 야경을 감상할 여유보다 한 번의 착륙을 안전하게 완수해야 한다는 집중이 훨씬 앞선다"고 설명했다. 관제사의 지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주변 항공기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접근 경로상의 기상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객실승무원과의 긴밀한 소통 속에 승객 안전까지 동시에 챙기는 시간이다.
"유료 판매에서 무료 기내식으로"…객실의 변화
티웨이항공 객실승무원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였던 '유료 기내 판매'는 자카르타 노선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전 좌석 무료 기내식 서빙,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의 플랫베드 서비스까지. 사실상 FSC 수준의 기내 서비스다.
이현진 객실사무장은 "2022년 12월 시드니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광동체 항공기의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 운영과 장거리 전 좌석 무상 기내식 서비스를 도입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카르타와 같은 중거리 노선까지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환은 더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서비스 역량을 요구했다. 기내식 서비스 절차와 승객 응대 방식 등 업무 범위가 넓어졌고, 승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세심한 서비스 감각이 중요해졌다. 지난 3년간 전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역량 강화 훈련을 지속 실시하고, 무상 기내식과 프리미엄 서비스 운영에 맞춰 서비스 매뉴얼도 꾸준히 개정해 왔다.
기존 티웨이항공 주력 노선은 일본·동남아 단거리 2~5시간이었다. 7시간이 넘으면 승객 피로도, 기내 건조, 심부정맥혈전(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등 장거리 특유의 안전·건강 이슈가 더해진다.
이 사무장은 "장거리 노선에서는 비행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승객 컨디션과 건강 상태를 더욱 세심하게 살핀다"고 말했다. 임산부, 영유아 동반 승객, 노약자, 최근 수술 이력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승객 등 사전 접수된 정보는 전 객실승무원이 공유하며, 비행 중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수분 섭취 안내, 좌석 이동 및 스트레칭 권유, 승객 상태 수시 확인 등 장거리 노선에 맞춘 케어를 강화하고 있다. "지상과 다른 환경에서 장시간 운항이 이뤄지는 만큼 객실승무원 간 정보 공유와 지속적인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원칙이다.
그는 자카르타에서 20년째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고가의 악기를 선반에 올리기 불안해하자 그는 좌석 하단에 보관할 수 있는 자리로 유연하게 조정했다. 이 승객은 "수십 년간 여러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이런 진심 어린 배려는 처음"이라며 하기하는 순간까지 깊은 감사를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에서도 잊지 못할 장면이 있었다. 착륙 후 워터 살루트(소방차가 물줄기를 뿜어 첫 취항을 축하하는 의식)를 통해 첫 취항편임을 알게 된 두 승객이 직접 객실승무원의 손을 잡아주며 "자카르타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그는 "평소에는 저희가 승객을 환대하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따뜻한 환영을 받으니 첫 취항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며 "새로운 노선을 함께 시작했다는 벅찬 감동과 자부심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에 자카르타는 단순한 신규 노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럽 노선의 적자 구조 속에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할 중거리 전략 노선이자, LCC의 외연을 넘어 하이브리드 항공사로 체질을 바꾸는 중대한 시험대다. 대명소노그룹 인수 이후 '항공과 레저'의 시너지를 앞세우고, 사명을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으로 변경하려는 체질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대한항공 출신의 20년 베테랑 이상윤 대표가 장거리 전략의 밑그림을 다져온 첫 결실인 만큼, 이번 자카르타 노선 취항은 네트워크 확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시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항공 출신 20년 베테랑인 이상윤 티웨이항공 대표는 2025년 6월 취임한 뒤 A330neo 5대 리스 도입과 5대 옵션 확보, 지방공항 환승 네트워크 확대까지 장거리 전략의 밑그림을 다져왔고, 첫 결실이 이 노선으로 평가된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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