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의 레오 소로킨 판사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H-1B 신규 비자 수수료 정책을 무효화했다. 해당 정책은 외국인 전문인력 신규 채용 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기존 수천달러 수준에서 10만달러로 대폭 인상한 것이 핵심이다.
소로킨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정책은 의회가 위임하지 않은 세금을 H-1B 신청에 부과한 것"이라며 "피고들에게 H-1B 신청 건당 10만달러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여러 주 정부가 공동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초고액 수수료가 공립대학과 학교, 병원 등 공공기관의 전문 인력 채용을 어렵게 만들어 교육·의료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책 시행 당시 미국 기업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 분야 인력 확보를 위해 H-1B 비자를 적극 활용해 온 대형 기술기업들은 인재 확보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기업들은 정책 적용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해외 체류 직원들의 미국 복귀를 서두르기도 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인력파견업체들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며 정책 철회를 요구해왔다.
H-1B 비자는 미국 기업이 해외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취업비자 제도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현지 취업을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경로이기도 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는 미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며 지속적으로 제도 축소를 요구해왔다.
특히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 추진 과정에서 행정부 권한의 한계를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소로킨 판사는 앞서 불법체류자 및 임시체류자의 미국 출생 자녀에 대한 출생시민권 제한 정책에도 제동을 건 바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