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이란을 향해 소통 재개와 함께 핵시설 사찰 재개를 촉구했다.
8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1년전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폭격된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다시 허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정기 이사회 첫날, 그로시 총장은 35개 이사회 회원국을 대상으로 "이란과 재접촉을 강조하면서 이사회에 제출한 서면 성명을 통해 "이란이 기구와 건설적으로 협력하여 안전조치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촉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재 IAEA는 1년 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핵 시설의 상태와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핵물질의 행방에 대해 이란 측으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상태다.
당시 서방의 공습으로 우라늄 농축 시설 자체는 파괴되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나, 폭격 직전 시설에 저장되어 있던 고농축 우라늄 상당량은 보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무기급(90%)에 근접한 60% 농축 우라늄이 포함되어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다.
IAEA는 폭격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시설들에 대해 제한적인 사찰을 진행해 왔으나, 올해 2월말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되자 안전상의 이유로 이를 중단했다. 현재는 이란이 가동 중인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 한 곳만을 간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이사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 외무장관 등과 산발적인 접촉은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통 채널이 단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4개국은 이날 오후 이란을 압박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서방국가들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고, IAEA가 이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접근권을 '지체 없이'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결의안이 지난해 11월처럼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결의안이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 레바논 간의 휴전 체제를 연장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하려는 미·이란 간 외교적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은 과거에도 자신들을 겨냥한 결의안이 채택될 때마다 핵 활동을 전격 확대하거나 IAEA와의 협력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해 왔다.
빈 주재 이란 대표부는 SNS를 통해 서방의 결의안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란 대표부는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은 가해자들에게 있으며, 피해자에게 전가될 수 없다"며 "IAEA 이사회가 이 공격을 자행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요와 대결은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며, 오히려 외교적 해결의 전망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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