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결심판 청구 불만에 담당 경찰관 스토킹
연락 지속하며 파출소 퇴거 불응하기도
법원 "공권력 경시 태도 심각"
지난해 6월 11일 오후 2시께 서울 중랑구의 한 파출소 안. A씨(34)는 한 경찰관을 응시한 채 퇴거를 요구하는 경찰관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파출소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인데 내가 왜 나가야 하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 기이한 대치 상황은 약 14분간 이어졌고 A씨가 결국 퇴거불응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면서 끝이 났다. 그는 왜 파출소에서 고집을 부렸던 것일까. 사건은 나흘 전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6월 7일 오전 5시27분께 중랑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은 A씨의 고함으로 소란스러웠다.
결론은 경범죄처벌법 위반에 따른 '즉결심판 청구'였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A씨는 자신에게 즉결심판을 청구한 담당 경찰관 B씨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경찰관 때문에 살고 싶지가 않다" "경찰관이 나를 못살게 군 거다"라며 112 신고를 접수하기도 했다. B씨가 민원 제기 절차를 여러 차례 안내하고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A씨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A씨의 집착은 계속됐다. 그는 나흘 뒤인 지난해 6월 11일 오전 6시께 출근하는 B씨를 만나기 위해 파출소 앞에 찾아와 기다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 무렵부터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까지 총 7회에 걸쳐 파출소에 전화를 걸었다. B씨로부터 파출소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퇴거 요구에 불응하기도 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김회근 판사)은 지난달 27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퇴거 불응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했다. 다세대주택 앞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파출소 안에서 술에 취해 거친 말이나 행동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12신고 내역, 경찰관들의 진술, 폐쇄회로(CC)TV 영상과 녹취록, 바디캠 영상의 음성 녹취록 내용 등을 종합해 소란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경찰관을 스토킹한 사실이 없고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즉결심판 이후 지속적으로 A씨가 민원을 제기한 가운데 재판부는 경찰관들의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B씨를 향한 항의와 민원 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B씨가 더 이상 자신을 찾거나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거부의 의사 표시를 했음에도 이러한 행위는 계속됐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을 두고 정당한 민원 제기라고 볼 수도 없으며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고 스토킹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A씨는 파출소가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기 때문에 경찰관의 퇴거 요구에 불응했다고 하더라도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관리자가 출입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자의 퇴거 요구에도 불구하고 건조물에서 퇴거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퇴거불응죄에 해당할 수 있다. 파출소는 개방되어 있기는 하지만 필요에 따라 관리자가 출입을 제한할 수 있지만 파출소의 평온도 퇴거불응죄의 보호 대상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공권력을 경시하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공용물건손상죄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자숙하지 아니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실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스토킹 범행과 퇴거불응 범행의 경우 피해 경찰관도 여러 차례 연속하여 즉결심판을 청구하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는 점, 이에 격분한 피고인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등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다소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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