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에 찬 종목 추천 글…출처·근거는 제각각
SNS·커뮤니티 주의해야
[파이낸셜뉴스] "주변에서 다 오른다고 하는데, 막상 사면 그때부터 불안해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주식 애플리케이션(앱)보다 종목토론방을 더 자주 봤다. 관심 종목을 검색하면 "이제 시작", "기관 매집", "상한가 간다" 같은 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참고만 하려 했지만, 비슷한 내용의 글이 반복되자 매수 버튼에 손이 갔다고 했다. 그는 "누가 쓴 글인지도 모르는데 계속 읽다 보면 나만 모르는 정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주식 투자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확신에 찬 글 …'매수 버튼' 고민
종목토론방 글은 짧고 단정적이다. "호재 나온다", "세력이 모으는 중", "오늘 안 사면 늦는다"는 식이다. 기업 실적이나 공시를 분석한 글도 있지만, 근거가 없는 풍문도 많다. 익명 글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틀려도 글을 지우면 그만이다.
직장인 투자자에게 이런 글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장중에 기업 보고서나 공시를 자세히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휴대전화로 빠르게 확인하다 보면 긴 자료보다 짧은 게시글이 먼저 들어온다.
40대 직장인 B씨는 "공시를 다 읽어볼 시간은 없고, 토론방에 누가 정리해놓은 글을 보게 된다"며 "나중에 보면 사실 확인이 안 된 말도 많았는데, 그때는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글을 많이 볼수록 확신이 생긴다는 점이다. 같은 주장을 여러 사람이 쓰면 사실처럼 느껴진다. 반대 의견이 나오면 "공매도 알바", "겁주는 글"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는 다양한 정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방향의 말만 반복해서 접할 수 있다.
모바일 거래가 키운 즉흥 매수
온라인 글의 영향은 모바일 거래 환경과도 연결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2년 공개한 '주식시장 개인투자자의 모바일 거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국내 개인투자자 13만4000명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모바일 투자자는 다른 거래매체 이용자보다 거래회전율과 일중거래 비중이 높았다.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도 강했고, 투자 성과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거래는 접근성이 높다. 종목토론방을 보다가 바로 매수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정보 확인과 주문 사이의 거리가 짧다. 이 편리함은 장점이지만, 즉흥적인 매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원 A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처음에는 관심 종목만 보려고 했는데, 글을 읽다 보면 바로 주문창으로 넘어가게 된다"며 "사고 나서야 왜 샀는지 다시 생각한 적도 있다"고 후회했다.
주가가 오르면 종목토론방은 더 뜨거워진다. 급등한 종목일수록 글이 많아지고, 글이 많을수록 더 많은 투자자가 들어온다. 그러나 주가가 꺾인 뒤에는 분위기가 빠르게 바뀐다. "버티면 된다"는 글과 "속았다"는 글이 뒤섞이고, 투자자는 매도 기준을 놓치기 쉽다.
리딩방·SNS 정보는 더 조심해야
종목토론방을 넘어 유료 리딩방이나 SNS 투자방으로 들어가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SNS 리딩방을 이용한 선행매매 등 부정거래 행위를 적발한 뒤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금융위는 리딩방 등에서 "급등주", "특징주", "주도주"로 추천하더라도 먼저 기업 공시와 공인된 언론 보도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가 급등했다는 이유만으로 따라 사면, 이후 주가가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피해 민원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허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민원은 5103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843건은 불법행위로 수사 의뢰됐다. 환불과 계약 해지 관련 민원이 가장 많았고, 미등록 투자자문과 허위·과장 광고 관련 신고도 포함됐다.
출처 없는 정보는 투자 근거가 될 수 없어
온라인 투자 정보가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종목토론방과 SNS에는 개인투자자가 놓친 공시, 실적 발표, 산업 뉴스를 정리한 글도 있다. 문제는 정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확인 절차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먼저 봐야 할 것은 글쓴이의 확신이 아니라 근거다. 기업 공시가 있는지, 실제 계약이나 실적이 확인됐는지, 언론 보도와 회사 발표가 일치하는지 따져야 한다. 단순한 전망인지, 사실로 확인된 내용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결국 직장인 B씨는 최근 종목토론방을 보는 시간을 줄였다. 그는 "좋은 글도 있지만, 보고 나면 자꾸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며 "요즘은 글을 본 뒤 바로 사지 않고 공시부터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근거 없는 정보 및 풍문에 현혹되지 말고 정보의 출처와 근거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또 리딩방 운영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투자자문업자인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하라고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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