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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보잉 조종한 '베테랑 기장'인 줄 알았는데"…'무면허' 덜미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1 05:45

수정 2026.06.11 10:25

에어캐나다 항공기./사진=뉴시스·에어캐나다 공식 홈페이지
에어캐나다 항공기./사진=뉴시스·에어캐나다 공식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캐나다 국적항공사 에어캐나다의 한 조종사가 17년 동안 위조된 자격증으로 국제선과 국내선 여객기를 운항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조종사는 수천 명의 승객을 태운 채 900편이 넘는 항공편을 운항했고, 수백만 달러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BBC방송, CNN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필 지역 경찰이 지난 1일 에어캐나다 전 기장 제프리 월(59)을 사기, 문서 위조, 위조 상표 소지 등 7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수사 결과 월은 1998년 에어캐나다에 입사한 뒤 2009년 기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격증을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지난해까지 약 17년간 기장 신분으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운항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보잉 767, 777, 787 등 장거리 국제선에 주로 투입되는 대형 여객기를 조종하며 900편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했다. 이 기간 받은 급여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월의 연봉이 약 300만 캐나다달러(약 30억원 수준)에 달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건 월이 상업용 조종사 면허(CPL)는 보유하고 있었지만, 항공사 기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항공운송조종사면허(ATPL)는 취득한 적이 없었다. ATPL은 필기시험과 비행경력 요건 등을 충족해야 얻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조종 자격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필 지역 경찰이 지난 1일 17년간 무면허로 900여차례 항공기를 운항한 에어캐나다 전 기장 제프리 월을 사기, 문서 위조, 위조 상표 소지 등 7개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필 지역 경찰·CNN
캐나다 온타리오주 필 지역 경찰이 지난 1일 17년간 무면허로 900여차례 항공기를 운항한 에어캐나다 전 기장 제프리 월을 사기, 문서 위조, 위조 상표 소지 등 7개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필 지역 경찰·CNN

필 지역 경찰의 닉 밀리노비치 수사관은 "가정의학과 의사 면허를 가진 의사가 뇌수술을 집도한 것과 비슷한 사례"라며 "전문 자격에 추가적인 요건과 규정이 존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에어캐나다가 실시한 정기 자격 심사 과정에서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항공사는 월의 면허 서류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한 뒤 즉시 기장 업무에서 배제하고 캐나다 교통부에 자진 신고했다.

이후 교통부 조사와 함께 경찰의 형사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팀은 '이카루스 프로젝트(Project Icarus)'라는 이름으로 수색영장을 집행하고 관련 면허 서류를 분석한 끝에 자격증이 위조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에어캐나다는 이번 사건이 승객 안전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항공사 측은 "모든 조종사는 6개월마다 의무 재교육과 비행능력 평가를 받고, 12개월마다 교통부 인증 조종사와 비행 점검을 실시한다"며 "해당 조종사 역시 대형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능력을 지속적으로 입증해 왔다"고 설명했다.


에어캐나다는 사건 발생 이후 전 조종사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으며 추가적인 규정 위반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월이 오랜 기간 적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기범들은 기만과 속임수에 매우 능숙할 수 있다"며 "수년 동안 지속되는 사기 사건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결국에는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월은 오는 29일 캐나다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