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이란을 향해 핵사찰에 전면 협조하고 무기급에 근접한 핵물질 비축량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오스트리아 빈 IAEA 본부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프랑스와 영국, 독일, 미국이 공동 발의한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IAEA 이사회는 결의안을 통해 이란이 정보와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이 핵물질의 군사적 유용이 없음을 검증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긴급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IAEA 35개 이사국 중 21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러시아, 중국, 니제르 등 3개국은 반대했으며, 10개국은 기권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합동 공습으로 이란 핵시설이 타격받은 이후 이란은 해당 시설에 대한 IAEA 사찰단의 접근을 전면 차단해 왔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사찰에 협조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IAEA는 공습 이후 무기급 유라늄 비축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IAEA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60%까지 농축된 우라늄 440.9kg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무기급 수준인 90% 농축에 기술적으로 한 걸음만 남겨둔 상태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할 경우, 현재 비축량으로 최대 10기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다만 이것이 이란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음을 의미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은 이란이 지난 12개월간 비확산 의무 불이행을 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IAEA 이사회는 지난해 6월, 미·일의 이란 핵시설 공습 직전에 이란의 세이프가드 위반을 20년 만에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결의안의 핵심은 이란 내 미신고 시설 여러 곳에서 발견된 우라늄 흔적에 대한 조사다. 이란은 2019년부터 이 핵물질의 출처와 현재 위치에 대해 기술적으로 신뢰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방 당국은 이 흔적이 2003년까지 이란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운용했다는 증거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자국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60% 농축 우라늄이 민간 부문에서 평화적으로 사용될 용도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의안 통과 후 레자 나자피 주 IAEA 이란 대사는 취재진에게 "침략자들의 공격과 지속적인 위협으로 인해 정상적인 안전조치(세이프가드)를 이행할 법적, 기술적, 운영적 기반이 파괴됐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란이 타격을 입지 않은 시설에는 접근을 허용했음을 강조하며, 이번 결의안이 "불안정한 휴전 상황과 미·이란 간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이란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즉각 회부하여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최고 수위의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사회는 "향후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추후 이란의 태도에 따라 안보리 공식 보고서 제출 시기와 내용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번 결의안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이 미군 아파치 헬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한 직후 미군은 10일 새벽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했다. 테헤란 당국도 걸프 지역 내 미군 목표물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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