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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일 협력, CPTPP 중심 규범 통합이 관건"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1 12:51

수정 2026.06.11 13:12

개별 협의보다 CPTPP 가입이 현실적 해법
반도체·AI·조선…한일 상호보완 산업 협력 확대
K-POP·애니메이션 교류…디지털·IP 규범 정비 필요

[인터뷰]"한일 협력, CPTPP 중심 규범 통합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한일 청년층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K-POP 등 문화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 무역과 지식재산권(IP) 분야에서 규범을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부야 가즈히사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 교수(사진)는 11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과거 일본 정책조정총괄관으로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총괄 지휘했던 시부야 교수는 "경제통합의 핵심은 제도적 통합 그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IP 규범을 포함한 통상 규범의 정합성과 국제 경제질서 내 역할 설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통합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한일 협력의 본질은 국제 경제질서가 재편되는 상황 속에서 양국이 어떤 규범 형성과 질서 유지에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서는 단순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넘어 디지털 무역,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환경 등 30개 챕터로 구성된 포괄적 규범 협정이라는 점을 짚었다.

새로운 국제 통상 규범 형성의 중심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CPTPP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한일 양국이 글로벌 통상 규범 논의 과정에서 제도적 영향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경제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따라서 찬반을 논하기 전에 먼저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제 정세가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 질서를 유지·강화하고 한일 파트너십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발언력을 높이자는 방향성 자체는 중요하며 최근 논의가 이러한 목적을 공유하는 계기가 된 점을 높이 평가한다.

―10~20년 내 한일 경제공동체 실현 가능성은.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보더라도 로마조약(1957년)에서 마스트리히트 조약(1993년)까지 약 40년에 걸친 장기 과정이었다. 따라서 10년, 20년 단위의 단기 전망보다는 훨씬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성공 조건은 무엇인가.
▲EU의 경우 미국 등 강대국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국들이 통합의 필요성을 공유한 것이 추진력으로 작용했다. 한일의 경우에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이 자국 중심적 움직임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 질서의 유지·강화를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담당하겠다는 인식과 의지가 중요하다.

―최대 장애 요인과 제도적 안정 장치는.
▲국가 간에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보편적이다. 한일 관계도 여러 위기를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지혜로 극복해 왔다. EU 역시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 간 갈등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 아니라 제도 속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이다.

―협력 로드맵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일본이 CPTPP의 핵심 회원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 분야별 협의보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이를 통해 보다 포괄적인 경제연계가 가능해진다. CPTPP는 관세 인하뿐 아니라 투자,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환경 등 30개 챕터로 구성된 고수준 규범 협정이다. 협정 내용은 시대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CPTPP는 새로운 글로벌 통상 규범 형성의 중심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CPTPP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최근 경제적 강압, 공급망 강화, 중요 광물 확보, 투자 규범 등 경제안보 관련 논의도 확대되고 있다.

―한일 간 핵심 산업 협력 분야는 무엇인가.
▲반도체, 인공지능(AI), 조선 분야가 중요하다. 한국의 IT·반도체 제조 경쟁력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및 기초과학 역량은 상호 보완적이다. 이미 일본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산업 구조 전반의 연계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 수용성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한일 청년층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K-POP 등 문화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디지털 무역과 지식재산권 규범 정비가 중요하다. 전자상거래 협정은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동아시아 질서 변화와 한일 역할은.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 질서는 국제 공공재이며 반드시 유지·강화돼야 한다. 기존에는 WTO와 미국이 일정 역할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기능이 약화됐다.
한일이 CPTPP를 기반으로 협력할 경우 국제 경제질서 유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