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걸프국 미군기지·호르무즈로 압박 확대
걸프국 공동 규탄에도 공격 지속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전쟁" 레바논 직접 겨냥
美·이란 넘어 다중 전선으로 번지는 중동 위기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중동 곳곳에서 새로운 전선이 열리고 있다.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해상 교통로를 겨냥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에서는 휴전을 말하면서도 전장에서는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쟁의 무대를 넓혀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전략 "중동 전체 흔들어라"
이란은 최근 미국보다 미국의 중동 안보망을 겨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1일(현지시간) 요르단 알아즈라크 공군기지와 바레인의 미 제5함대 기지, 이라크 북부 하리르 공군기지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12발의 탄도미사일을 사용해 요르단 기지 내 전투기와 시설을 파괴하고, 바레인을 향해서도 이틀 연속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바레인은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쿠웨이트는 영공을 일시 폐쇄했다. 걸프협력회의(GCC) 외무장관들도 긴급 회동을 열어 이란을 공동 규탄했다.
주목할 부분은 공격 대상이다. 미국 본토나 대규모 미군 증원 전력이 아니라 미국의 지역 동맹국과 중동 거점들이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군사력에서 절대 열세인 이란이 미국에 직접 타격을 가하기보다 미국의 중동 안보체계 전반에 부담을 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이란은 해협 전면 폐쇄와 모든 선박 통항 금지를 선언했지만 미 중부사령부는 "상선들은 여전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봉쇄 여부와 별개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를 위협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과 전쟁을 '중동 전체의 안보 문제'로 확대할수록 협상장에서 얻을 수 있는 지렛대가 커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변국들이 긴장 완화를 요구할수록 미국도 군사 행동을 무한정 확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늘어난 전선, 종전되면 평화 올까
이스라엘 역시 전쟁 범위를 좁히기보다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레바논 국민을 향한 영상 메시지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 헤즈볼라와 싸우고 있다"며 레바논 국민들에게 "헤즈볼라에 맞서 달라"고 직접 호소했다.
표면적으로는 심리전이지만 실제로는 레바논 전선을 별도 의제로 고착화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이스라엘은 최근 수개월 동안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고 베이루트 외곽의 헤즈볼라 거점에 대한 공습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레바논 문제가 깊숙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미국과 모든 휴전 협정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무력화 없이는 어떠한 안정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최근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본부를 공습하자 이란은 지난 4월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도 곧바로 이란 방공망과 석유화학 시설을 타격하며 대응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중동 전체의 긴장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양측 모두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전선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전쟁이 더 많은 국가와 세력을 끌어들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종전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중동이 곧바로 평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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