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가는 겁나서 패닉셀 해버릴 것 같더라고요. 점심시간에도 '비행기 모드' 해뒀습니다."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급락과 급등, 다시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번 주 내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혼을 쏙 빼놓는 중이다. "단타라도 해볼까 하고 들어갔다가 크게 물릴 뻔했다", "이번 주는 얌전히 손 묶어둬야겠다", "예수금 없어서 줍줍도 못하는 게 다행이네." 변동성에 휘둘릴까 두려워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놨다는 직장인 A씨(41) 말처럼, 주식 커뮤니티나 종목토론방 등에서는 아예 장을 외면하는 중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킷브레이커부터 사이드카까지, 매일매일 '롤코' 타는 국장
주중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연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러더니 불과 하루만인 9일,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나란히 발동됐고 74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612.52포인트 급등하며 8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0일, 다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코스피는 다시 7700선으로 후퇴한 채 거래를 마쳤다.
급락과 급등, 그리고 다시 급락을 반복하던 장세는 11일에도 혼란스러운 곡선을 그렸다. 전일 대비 2.86% 내린 7509.62에 개장한 코스피는 7400선까지 다시 밀렸다가, 오후를 기점으로 소폭 상승하며 보합세를 유지했다. 코스닥 역시 장초 3% 내림세를 기록하다 상승 전환에 성공하더니, 오후 1시58분께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모래 속에 머리 박는 '타조 효과'…공포가 부른 인지적 회피
국내 증시가 기대했던 대장주 랠리 대신 지독한 냉탕과 하방 압력을 무한 반복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A씨처럼 아예 강제로 정보를 차단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주식창을 들여다보는 대신, 모바일 맞고나 데이터가 필요 없는 캐주얼 게임으로 회피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대처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타조 효과(Ostrich Effect)'라고 부른다. 위협적인 정보를 회피함으로써 심리적 불안을 줄이려는 본능이다. 타조가 위험을 느끼면 머리를 땅속에 박는다는 속설에서 유래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회피 심리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세일러는 이러한 심리를 '근시안적 손실 회피(Myopic Loss Aversion·MLA)'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자주 확인할수록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비합리적인 매도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것이다.
이는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한 '손실 회피' 개념과 장기적인 사고 대신 눈앞의 현상에 사로잡히는 '근시안적 사고'라는 두 가지 인지 편향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계좌를 하루에 수십 번 들여다보는 개미일수록 온종일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주가에 노출되기 쉽다. 이 때문에 작은 등락에도 감정이 흔들려 충동 매매로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저렴할 때 더 사라" 급락장에서도 증권사는 목표주가 상향
이러한 급등락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예상은 아직 긍정적이다. 시장의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단기 과열 해소 과정일 뿐이며,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대장주들의 목표주가를 연이어 상향하며, 아직 상승여력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고환율까지 겹치며 이들 종목이 올해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아울러 공장 신축 등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병목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11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44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수요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은 길어진 신축 기간 등으로 2028년 상반기까지 공급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는 반면, 개인만 수조원 규모의 순매수로 물량을 받아내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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