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화장실 스마트폰 사용, 왜 위험할까…"오래 앉는 습관이 문제" [헬스톡]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3 08:00

수정 2026.06.13 13:05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치핵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변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항문 주변 혈관에 압력이 오래 가해지고, 이 때문에 출혈과 통증을 부르는 치핵이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변 뒤 휴지에 피가 묻는 증상이 반복되면 단순 치질로 넘기기보다 진료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습관과 치핵 위험을 다룬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렸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성인 125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과 화장실 사용 습관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66%는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연구 결과 스마트폰을 화장실에서 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핵이 확인될 가능성이 46% 높았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도 더 길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37.3%는 한 번 화장실에 갈 때 5분 넘게 앉아 있었다. 비사용자는 이 비율이 7.1%였다.

다만 이 연구는 관찰 연구다. 스마트폰 사용이 치핵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도 스마트폰 자체보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게 만드는 습관이 위험을 키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치핵은 항문 혈관이 늘어난 상태

치핵은 흔히 치질이라고 부르는 항문 질환 중 가장 흔한 형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치핵을 항문 주변 혈관이 커지고 늘어나 덩어리가 생기는 질환으로 설명한다.

대표 증상은 출혈과 탈항이다. 배변 뒤 선홍색 피가 화장지나 변기에 묻거나, 항문 밖으로 덩어리가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항문 가려움, 불편감, 통증, 덩어리가 만져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치핵은 변비나 설사로 배변 때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비만, 임신, 음주 등과 관련이 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주변 혈관에 압력이 증가하고 피가 몰리기 쉽다.

피가 난다고 모두 치핵은 아냐

배변 뒤 선홍색 피가 보이면 치핵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치핵은 배변 시 출혈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이다. 그러나 혈변을 모두 치핵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치핵 증상으로 배변 뒤 밝은 붉은색 피, 항문 가려움, 배변 뒤에도 남아 있는 느낌, 점액, 항문 주변 덩어리와 통증 등을 설명한다. 다만 출혈이 반복되거나 양이 많고, 대변 색이 검거나 피가 대변에 섞여 나오면 다른 질환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에서는 치핵 출혈과 대장암·직장암에 의한 출혈을 감별하기 위해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체중 감소, 배변 습관 변화, 복통, 어지럼, 빈혈 증상이 함께 있으면 진료가 더 필요하다.

화장실 시간 줄이는 것이 먼저

치핵 예방과 증상 완화의 첫 단계는 배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습관은 시간을 길게 만들기 쉽다. 뉴스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배변이 끝난 뒤에도 계속 앉아 있게 된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치핵 생활습관 관리에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지 말고, 너무 힘을 많이 주며 변을 보지 말라고 안내한다. 변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충분한 섬유질 섭취, 물 마시기, 규칙적인 운동, 짧은 배변시간 유지, 금주가 치핵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변의가 없는데도 억지로 앉아 있거나, 배변 뒤에도 휴대전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습관은 줄이는 편이 좋다. 배변은 오래 버티는 일이 아니라, 필요할 때 짧게 끝내는 것이 좋다.

좌욕과 식이섬유가 도움 될 수 있어

가벼운 치핵은 생활습관 개선과 보존 치료로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메이오클리닉은 따뜻한 물로 10~15분 좌욕을 하루 2~3회 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항문 주변 통증과 불편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클리블랜드클리닉도 좌욕과 식이섬유 섭취를 대표적인 자가관리 방법으로 소개한다. 식이섬유는 대변을 부드럽게 해 배변 때 힘을 덜 주게 만든다. 식이섬유를 갑자기 많이 늘리면 복부 팽만감이 생길 수 있어 물을 충분히 마시며 서서히 늘리는 것이 좋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치핵 연고나 좌약이 일시적으로 증상을 줄일 수 있지만, 오래 반복해서 쓰기보다 증상이 지속되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통증이 심하거나 덩어리가 갑자기 커지는 경우,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경우도 병원에서 확인해야 한다.


화장실에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습관은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배변 시간이 길어지고, 항문 주변 압력이 오래 이어지면 치핵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피가 보이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치질이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