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현장을 찾은 구독자 660만 명의 유명 한국인 유튜버를 향해 현지 관중이 인종차별적 행동을 해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멕시코의 공적 직책을 맡고 있는 지역 단체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는 물론 현지에서도 거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구독자 66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이노냥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관람했다. 논란은 그가 경기장 분위기를 담기 위해 관중석에서 셀카 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영상 속 이노냥의 뒤편에 앉아 있던 멕시코 축구대표팀 유니폼 차림의 남성이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며 양손 검지를 눈 옆에 대고 눈을 길게 찢는 조롱성 동작을 취한 것이다.
이른바 '슬랜트 아이(Slant Eye)'로 불리는 이 제스처는 동양인의 외모를 비하할 때 쓰이는 아주 대표적이고 악의적인 인종차별 행위다. 이노냥은 해당 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월드컵을 보러 멕시코까지 왔는데 자신이 예민한 것인지 묻는 글을 남겼다.
영상이 공개되자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는 즉각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국제축구연맹(FIFA)의 강력한 대응과 고발을 촉구했고, 멕시코 현지 누리꾼들 역시 공분하며 가해자 신상 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멕시코 매체 인포배와 폴리티코 등은 해당 남성이 멕시코 할리스코주 측량·지리공학자 협회(CITGEJ) 및 토목공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로 특정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단순한 축구 팬을 넘어 지역 학술행사와 공공 포럼 등에 참여해 온 공적 위치의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현지 매체들은 이를 수치스러운 행위라며 맹비난했고, 멕시코 누리꾼들도 같은 멕시코인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며 회장직 사퇴 요구와 함께 한국인들에게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도 공식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누리꾼들의 제보로 해당 사건을 접했다"며 "지구촌이 하나 되는 축제인 월드컵 현장에서 이런 인종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가해자는 즉각적이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며 "FIFA 차원에서도 이러한 행위가 경기장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문이 국제적인 이슈로 확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미라몬테스 본인이나 관련 단체 측은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이나 사과문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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