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칭 변경 권한은 의회에만" 철거 명령 외벽·웹사이트서 트럼프 이름 전면 삭제 시민 수백명 몰려 철거 작업 지켜봐 트럼프 "급진 좌파가 센터 망치려 해" 반발
[파이낸셜뉴스] 미국 워싱턴DC의 대표 공연예술 기관인 케네디센터가 법원 명령에 따라 건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철거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 추진했던 '트럼프 케네디센터' 구상이 사법부 판단에 가로막힌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케네디센터는 이날 건물 외벽에 설치된 트럼프 이름을 철거하고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관련 명칭을 삭제했다.
앞서 트럼프가 의장을 맡은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지난해 '존 F. 케네디' 명칭 앞에 트럼프의 이름을 추가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연방하원의원이 소송을 제기했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명칭 변경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쿠퍼 판사는 "케네디센터 명칭을 변경할 권한은 의회에만 있다"며 "건물 외벽과 웹사이트, 각종 표지판에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케네디센터 측은 항소를 통해 집행 정지를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케네디센터가 고용한 작업자들은 철거 시한 직전 밤새 외벽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수백명의 시민이 모여 철거 과정을 지켜봤으며 일부는 "철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작업 장면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케네디센터는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이후 연방의회가 추모 법안을 통과시키고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설립된 기관이다. 정식 명칭은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다.
케네디센터는 그동안 현직 대통령이 일부 이사를 임명했지만 여야가 균형을 이루는 관행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해 취임 직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사 18명을 교체하고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이후 보수 성향 문화정책을 추진하며 이른바 '문화전쟁'의 전초기지로 활용해 왔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의 상징적 프로젝트 중 하나가 제동에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판결에 대해 "쿠퍼 판사와 급진 좌파는 케네디센터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장소로 바꾸기보다 차라리 망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반발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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