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온라인 합의도 좋다"는 트럼프, '반쪽 종전' 서두른 이유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4 15:45

수정 2026.06.14 15:45

트럼프, 조기 타결 위해 전자서명 카드까지 수용
핵은 남기고 전쟁부터 멈춘 '관리형 휴전'
美는 호르무즈, 이란은 경제 숨통 확보
우라늄 처리·핵 사찰은 60일 뒤 다시 충돌
이스라엘 반발이 최대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직전까지 접근했으나 알맹이인 핵 검증은 통째로 유예한 반쪽짜리 합의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치솟는 글로벌 유가와 내부 민심을 진정시켜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급함이 반영되면서 당초 대면 서명 조율에서 원격 전자서명이라는 고육책까지 수용했다는 지적이다. 일단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트는 선에서 급한 불은 껐지만, 핵심 의제인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방안 등은 향후 60일 뒤로 고스란히 미뤄둬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을 안고 임시 휴전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다만 이란이 아직 최종 서명 시점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도 계속되고 있다.

조급한 트럼프, 전자서명 배경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명 방식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드 등에 따르면 당초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만나 대면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판에 14일 화상회의와 전자서명 방식으로 선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일정 문제다. 트럼프는 15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며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 부통령이 국내에 남는 것이 미국 정치권의 오랜 관례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읽는다. 협상 자체를 성사시키는 것이 형식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신이 폐기한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강하게 비판하며 더 강력한 합의를 약속해 왔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MOU는 완성된 비핵화 합의라기보다 핵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정치적 틀에 가깝다.

트럼프가 서명 예고 글에서 비핵화보다 호르무즈 해협 즉각 개방을 먼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봉쇄 장기화 시 글로벌 원유시장이 '레드존'(위험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핵 문제의 최종 해결보다 유가 안정과 해협 정상화가 더 시급한 일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초기 요구보다 현실적인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고농축 우라늄의 즉각 반출과 핵시설 해체, 강도 높은 국제 검증을 요구해 왔지만 현재 알려진 협상안에는 이런 사안들이 후속 협상 의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뉴시스
비긴 전쟁? '두달 만 좀 쉬자'

현재 알려진 협상안이 실제 체결될 경우 양국은 급한대로 승자도 패자도 없는 합의를 하게 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국제유가 안정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이란 역시 제한적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접근 확대 가능성을 확보하며 경제적 압박을 일부 덜 수 있다. 전쟁 장기화와 제재로 심각한 외환 부족과 전력난에 시달려 온 이란으로서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실제 이란은 최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일정을 발표하며 내부 체제 정비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가장 어려운 의제들은 모두 뒤로 밀려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란은 무기급 직전 수준인 60%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해외로 반출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자국 영토 내 관리 원칙을 고수해 왔다. IAEA 사찰 범위와 검증 방식 역시 양측의 입장 차가 큰 사안이다.

트럼프는 "적절한 시점에 핵 먼지를 확보해 희석하고 파괴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의 강경 입장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낮다. 향후 60일 동안 어떤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되느냐가 이번 합의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 역량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이 추진되는 데 우려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자 오히려 레바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독자 행동을 나서기도 했다.
미 외교가에서는 "트럼프가 이란보다 네타냐후를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