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현장에서 한국인 관람객을 향해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멕시코의 고위 인사가 결국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대회 초반 참가팀들을 몇 개의 조로 나누어 경기하는 방식) 1차전 직후 벌어졌다.
구독자 660만 명을 보유한 한국의 유명 인플루언서 '이노냥'이 승리의 기쁨을 담아 영상을 촬영하던 중이었다.
이때 영상 뒤편에 앉아 있던 한 멕시코 남성이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더니, 양손 검지를 눈 옆에 대고 길게 찢는 동작을 취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는 이른바 '슬랜트 아이(Slant Eye)'로 불리는 행동으로, 서양인들이 동양인의 생김새를 노골적으로 비하하고 조롱할 때 사용하는 아주 대표적이고 악의적인 인종차별 행위다.
해당 영상이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전 세계적인 공분이 일었다. 특히 가해 남성의 정체가 멕시코 할리스코주 측량·지리공학자 협회(CITGEJ) 회장직을 맡고 있는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라는 사실이 멕시코 현지 매체 폭로로 밝혀지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단순한 극성 축구 팬이 아닌 공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의 수준 이하 일탈에 멕시코 누리꾼들조차 "같은 멕시코인으로서 수치스럽다"며 한국인들에게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라몬테스는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 영상과 관련한 모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며 내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이해한다"면서 "불편함을 초래한 것을 인정하고 명확하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후약방문 격의 뒤늦은 사과에 국제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누리꾼들은 그가 신상이 낱낱이 공개되고 벼랑 끝에 몰리고 나서야 억지로 사과문을 읽고 있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가 소속된 측량·지리공학자 협회는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 즉시 명예·정의위원회를 소집했고, 조만간 미라몬테스를 회장직에서 불명예스럽게 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인종차별을 그라운드에서 영원히 퇴출해야 할 가장 중대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