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작 사전투표 우세 3곳만 조사... 선관위 안일함이 '참사' 불렀다 [투표용지 사태 후폭풍]

김예지 기자,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4 18:47

수정 2026.06.14 18:47

'부정선거 논란 차단' 연구용역
본투표 집중된 송파·강남 빠져
업무부담·절차 등 조사하고선
최종보고서엔 "투표용지 축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논란 차단' 명분으로 선거사무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해 놓고도 정작 조사는 사전투표 우세 지역 3곳만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중간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던 투표용지 인쇄량 축소 방안이 최종보고서에는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도출 과정의 타당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14일 파이낸셜뉴스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앙선관위 발주·한국행정연구원 수행 '선거 절차사무 개선방안' 사업수행계획서와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전국 단위 선거사무 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도 현장 심층인터뷰는 서울 도봉구·강서구와 경기 부천시 선관위 등 3곳에서만 실시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여권 강세 지역이자 사전투표 비중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수집된 의견 역시 사전투표 업무 부담과 절차 효율화 문제에 집중됐다. 전국 단위 선거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했다기보다 사전투표 운영 과정의 애로사항 파악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계획서와 보고서를 보면 사전투표 우편접수와 참관인 운영, 장비 노후화 문제, 사전투표 시간 조정 및 업무시스템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담겼다. 심층인터뷰에서는 "사전투표 도입 이후 우편물 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바코드를 일일이 찍다 보면 밤을 새우는 경우가 발생한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본투표 당일 투표용지 수요 관리나 투표소별 물량 배분, 비상 시 추가 물량 확보 방안 등 현재 유권자들이 '부실선거' 원인으로 지목한 내용은 검토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본투표 수요 집중지역인 서울 송파·강남도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를 토대로 선거절차사무 개선방안 최종보고서에는 투표용지 인쇄량을 더 축소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시됐다. 대선 때 선거인 수의 70%, 지방선거는 60% 정도를 인쇄했는데도 폐기되는 투표용지가 많기 때문에 인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후 선관위는 지난해 8월부터 투표용지 인쇄 기준 조정에 착수했다. 선관위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선거인 수의 50%까지 인쇄 하한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했고, 해당 안은 지난해 말 사무총장 전결로 확정됐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일부 지역 연구만으로 전국 투표용지 인쇄량 축소를 추진한 경위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은혜 의원은 "투표용지 감축의 근거가 사전투표 우세 지역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은 조사의 객관성과 타당성이 애초부터 결여됐다는 방증"이라며 "참정권 훼손은 이미 예정된 참사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실 투표를 없앤다는 핑계로 벌인 일이 최악의 부실 투표로 귀결됐다"며 "선관위에 해체 수준의 처방이 내려져야 하는 이유가 더 명확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전국 단위 연구라면 사전투표가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 중간 수준 지역을 함께 포함해 표본을 구성해야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며 "본투표 당일 특정 투표소에 유권자가 몰리는 상황이나 투표용지 여유분·배분 문제는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예지 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