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지 여름철 무더위 어떻게 이기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26 11:19

수정 2009.06.26 14:23


<사진은 정과부 화상에>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등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여기에 축축한 장마까지 오면 우리의 몸은 축축늘어지게 된다. 특히 ‘잠을 못자서 피곤하다’, ‘기운이 없다’, ‘소화가 안 된다’ , ‘어지럽다’, ‘나른하다’ 등등, 일명 ‘여름 피로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다.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건강법을 소개한다.

■열중증을 아시나요

우리 몸은 자율신경을 통해 말단혈관을 확장시켜 피부로 땀을 배출해 체온을 내린다. 이러한 혈액분포의 변화나 땀에 의한 수분과 염분이 줄어드는 상태에 인체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열방출에 이상이 생기거나, 체내의 염분과 수분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생기는 어지러움, 근육 경련, 구토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열중증’이라고 한다. 일사병, 열사병 등은 모두 열중증의 증상을 나타내는 말로 열중증의 일부이다. 하지만 나타내는 증상은 조금씩 다르다.

일사병은 열손상 중에 가장 흔히 발생하는데 장시간 햇볕을 쬐면 나타나는 어지러움 두통, 일시적인 실신이 있다. 이 때는 시원한 장소로 옮긴 후 물을 공급하여 풀어주면 진정될 수 있다.

열사병은 흔히 일어나지는 않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열중증의 증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격렬한 신체활동을 할 때 나타난다.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붉은 색을 띄고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젖은 수건 등으로 환자의 체온을 내려주고 속히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열중증은 기온과 수분은 높고, 바람은 약한 날씨, 일교차가 심할 때, 복사열이 강한 도시에서 자주 발생한다. 특히 선선했다가 갑자기 더워지는 날씨에 급증한다. 봄철에서 여름철로 넘어가는 환절기나 오랫동안 장마가 지속되다가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7∼8월에도 환자들이 증가한다. 또 무더위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며 혈당수치도 높인다.

■고령자와 소아에게 치명적인 열중증

특히 고령자와 소아는 열중증을 조심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열을 발산하는 시스템이 청년층에 비해 떨어지고, 열손상으로 인한 신체 손상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안산 튼튼병원 내과 이준철 과장은 26일 “고령자는 청년층에 비해 체내의 수분량이 약 10% 정도 감소하는데다 열기 배출을 위한 땀이나 혈액의 순환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체온이 상승했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며 “또 소아의 경우에는 체온 조절능력이나 땀샘의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되지 않아 체온이 오르면 조절하기가 쉽지 않아 열실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평소 주변의 온도를 26℃ 정도로 유지하고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면 더위에 대한 저항력을 기를 수 있다. 또 물을 마실 때는 한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는 목이 마를 때 조금씩 자주 마셔야 저나트륨혈증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편 고령자의 경우 소변량이 줄거나, 체중이 갑자기 증가, 감소하는 경우에는 탈수증을 의심할 수 있다. 자기전에도 수분을 섭취하고 침상주변에도 물그릇을 놓는 것이 좋다. 장시간의 냉, 온목욕은 피하도록 한다.

■운동 후 수분 섭취 주의

뜨거운 햇빛 아래서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마라톤, 자전거 하이킹,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할 때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물을 함부로 마시지 않는 것이다. 많은 양의 땀을 흘리고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저 나트륨혈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저나트륨혈증은 혈중 나트륨 농도가 갑자기 낮아져 나타나는 일종의 물 중독증으로 몸 안의 수분, 두통과 현기증, 구토 등을 수반한다”며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이르거나 사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해외에서는 마라톤을 하던 젊은 여성이 저 나트륨혈증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운동 전후와 운동 중에는 시간당 1L이상의 물을 마시지 않도록 하고, 물 대신 이온음료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성질환자 무더위 대비해야

무더위로 인해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심신이 지치고 면역력이 떨어져 지병이 악화되거나 재발하기 쉽다. 불쾌지수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위산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여기에 평소보다 잦은 흡연은 궤양의 재발률을 높이며 치료에 대한 반응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평소보다 위 점막의 혈류를 악화시켜 궤양이 일어나기 쉽다.

특히 심혈관 질환자,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는 여름철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혈압이 올라가고 여름에 낮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더위에 노출되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겨울철에 최고를 보이다 이후 8월까지 점차 감소하지만, 한여름엔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당뇨병 환자는 무더위로 인한 탈수가 혈당수치를 증가시키고 합병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지면 자율신경계에 합병증이 와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기간 더위에 노출될 경우에는 현기증을 동반해 낙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서울시북부노인병원 내과 이 연 부장은 “과도한 육류 섭취는 열이 많이 생산되고 수분 손실도 커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고 심부전, 신부전, 간부전 등으로 인해 저염식을 한다면 염분을 보충하기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정명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