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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구조조정 평가기준”..건설·조선 불만 고조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07 22:34

수정 2009.01.07 22:34



금융당국이 건설·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시한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신속한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설익은’ 평가기준으로 건설·조선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팀이 제시한 건설사 평가기준이 모호하고 구체성이 떨어져 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비재무적 평가에서 ‘객관성’을 유지시켜 줄 견제장치가 없어 채권은행 ‘입맛에 맛는’ 건설사만 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조선사 기준의 경우 대형사에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한 처리만 강조한 나머지 평가기준의 ‘정확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금융권이 부실을 속히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만 집중해 건설·조선업체의 정확한 옥석 가리기에는 소홀한 감이 있다”며 구조조정의 ‘신속성’보다 ‘정확성’을 강조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가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며 “나중에 잘못된 구조조정에 대한 처리비용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건설사, ‘기준 모호하고, 자의적 해석 가능성’

건설사들은 은행권이 마련한 퇴출기준(기업신용위험 평가표)이 기업 상태를 제대로 평가하기엔 구체성이 부족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많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은 우선 ‘비재무항목평가’의 비중을 60%로 잡은 것에 대한 불만이 높다. 재무항목은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크지 않지만 비재무항목의 ‘경영위험’ ‘영업위험’ 등은 계량화하기 어려운 만큼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가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업력과 경영진의 평판’ ‘소유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 ‘관계사 위험’ ‘계열사의 지원’ 등의 항목을 어떤 방식으로 계량화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기준은 특히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는 중견 건설사가 많다.

점수의 가중치가 높은 아파트 ‘평균분양률’의 경우도 일반분양분만 기준으로 할지, 조합원 분양분까지 모두 포함할지 명확하지 않다. 지방 및 해외 분양사업비중이 높은 것을 ‘사업장 위험’에 포함해 무조건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것도 잘못된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재무항목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부채비율’은 자기 계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많은 건설사는 부채비율이 높게 나오는 반면 유동화 특수목적회사(SPC)를 많이 설립한 곳은 부채비율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시행사의 보증채무가 부채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불확실해 어떻게 정확한 부채비율을 산정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운전자금비율’은 ‘운전자금’에 대한 기준이 회계방법마다 달라 이에 대한 세부내용이 제시되지 않으면 역시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 제시 없이 일방적으로 평가가 이뤄질 경우 자칫 멀쩡한 회사가 퇴출대상으로 지목돼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사, ‘대형사만을 위한 구조조정’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중소형 조선사 가운데 신생 조선사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권에서 자금지원에 인색했던 것이 현재 부실을 초래했다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7일 조선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업종 구조조정 선별기준은 최근 주채권은행의 신용공여액이 50억원 이상인 조선사의 선박인도 경험과 수주잔고, 선박건조설비, 선수금환급보증(RG) 서류 발급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평가지표가 조선산업의 특수성을 배제했을 뿐 아니라 건실한 대형 조선사 기준에 맞췄다고 지적했다. 일부 건실한 조선사의 경우 금융권의 RG만 제대로 이뤄져도 충분히 회생할 수 있는데도 대형 조선사 평가 수준의 잣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생 조선사는 이 같은 각종 평가지표가 동원될 경우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신생 조선사들은 현재 설비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어 매출실적도 전무해 금융권의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금융권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특히 지난해 금융권이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자금지원에 인색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처럼 부실회사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 조창원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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