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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조선사 옥석 못가린 ‘솜방망이 퇴출’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14 22:30

수정 2009.01.14 22:30



금융권의 건설·조선사 구조조정 방안이 소폭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초 철저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은 적극 지원을 통해 살리는 대신 부실이 심각한 기업은 솎아내 퇴출을 시킬 것으로 기대된 것과는 달리 솜방망이 처분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우량·부실 기업을 구분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먼저 우량·부실 기업을 구분해 지원해 줄 기업은 적극 밀어주고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1차 필터링 과정을 거친 뒤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확실한 구조조정 없이는 공멸

금융권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태생적인 한계를 가진 게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채권은행 입장에서 거래기업을 퇴출로 결정하기엔 이해관계나 향후 발생될 책임과 비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퇴출 대상 기업이 발생할 경우 대출해 준 과거 거래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더구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날수록 실업난이 심화되고 지역경제가 퇴보할 것이라는 여론도 소신껏 옥석 가리기를 하는 데 장애물로 남아 있다.

이 경우 채권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방안은 '시장의 신뢰회복'과 '산업 체질강화' 측면에서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이번 채권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부분은 시장에서 대다수 참가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향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넓히거나 대상 산업군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와 금융당국, 통화당국이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면서 금융권의 자금중개 기능이 마비된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 요인이 컸다.

전 연구원은 "향후 추가적으로 단계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번 금융권의 구조조정안과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방안과의 연관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는 1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실물경제 위기대응 현안보고'를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부실징후 조선업체에 대한 워크아웃,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 밖에 지경부는 자동차업계와 석유화학업종에 대한 선제적인 자금지원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차 심사 이후 산 넘어 산

지난 13일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에 대한 1차 심사가 완료됐지만 향후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주거래은행과 기타 다른 채권기관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느냐에 따라 향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이 1차적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평가를 마쳤더라도 부채권은행이나 다른 채권은행에서 이견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다른 채권은행들의 이견을 수렴해 재조정 작업을 거쳐 퇴출기업을 가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숫자가 또 줄어들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건설·조선사에 대한 옥석가리기 작업이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설 연휴 이후 개각이 예정돼 있어 구조조정에 대한 최고 지휘와 책임 소지가 불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 정치적 입김도 더욱 거세지고 있어 구조조정 향방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의 경우 전남, 경남 등 조선사가 몰린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까지 나서 구명 운동에 나서고 있다.


박준영 전라남도지사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정부 전략산업으로 시작한 신생 중소형 조선사를 퇴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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