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억소리’ 나는 전셋값.. “차라리 집 사겠다”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01 09:27

수정 2009.08.31 22:56

“(서울에서) 웬만한 새 아파트 75㎡ 정도를 전세로 구하려면 적어도 2억원이 필요합니다. 이 자금이면 대출을 끼고 아예 집을 구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집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한 중개업소에서 상담 중인 한 신혼부부)

서울 강북지역의 주택과 재개발 지분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가 강남권에 대해 자금출처조사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투자자들이 비강남권으로 ‘U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세난이 심화되고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아예 ‘사자’로 돌변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한강변 재개발 지분값 급등세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투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재개발 지분 투자를 문의하는 사람에서부터 주변 아파트 가격을 묻는 사람까지 대부분이 투자자들로 다양한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처럼 최근 재개발 지분에 대한 매수세가 두드러지면서 한강변의 마포구 합정전략정비지구 인근인 신수동 일대의 재개발 지분값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 일대 재개발지분가격은 지난 6월 3.3㎡당 3000만원 정도였으나 최근 43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두달 새 1.5배 가까이 치솟았다.

실제 지난 6월까지 신수동 일대의 대지지분 10∼20㎡짜리 빌라는 1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2억원에도 매물이 없다. 이 같은 가격 급등세로 인근 현석동의 신축빌라도 현재 대지지분이 3.3㎡당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신수동 일대의 한진해모로, 경남아너스빌2차 등 기존 아파트가격도 상승세다.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신수동의 경남아너스빌2차 106㎡는 분양가 4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6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강변을 따라 투자자가 몰리면서 한강르네상스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영등포구 당산동 6가의 지분가격도 급등세다. 신축 빌라의 경우 대지지분 33㎡인 빌라는 4억3000만원에 거래가가 형성돼 있다. 이 일대는 재개발 지분이 3.3㎡당 3700만원 수준이다. 당산동 5가 믿음공인 최민호 대표는 “여의도 및 한강변 정비가 본격화되는 오는 2012년에는 당산동이 대안 주거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가격이 뛸 것”이라고 말했다.

당산동의 아파트 가격도 급등세다. 최근 7억5000만∼8억원까지 훌쩍 오른 당산동 삼성래미안4차 109㎡는 물론이고 인근의 상아아파트 82㎡는 한달 전인 지난 7월 3억7000만원에 거래 되던 것이 최근 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양천구 목동 일대도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다. 올해 초 매매가가 최저 8억원까지 떨어졌던 목동신시가지 7단지 89㎡는 최근 9억7000만∼9억8000만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신정동의 목동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에 속하는 (7단지) 89㎡는 전셋값이 2억원까지 치솟았다”면서 “이 정도 수준이면 면적을 줄여서라도 은행 융자를 끼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전셋값 보태 차라리 빌라·오피스텔 ‘사자’

전셋값 급등으로 비강남권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도 저가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집값 상승으로 옮겨붙고 있는 셈이다. 전세매물을 구하기 힘들어진 전세 매수 대기자들이 전셋값에 돈을 보태 집을 사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따라 2억∼3억원 수준의 빌라에도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 일대 신축빌라의 경우 전용 56㎡이하는 3.3㎡당 2000만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일대 전용면적 56㎡의 신축빌라 전세가격이 올해 초 8000만원 하던 것이 최근 1억3000만원까지 치솟으며 매매가 상승을 견인한 탓이다. 이 일대 방 2개짜리 빌라의 매매가는 올해 초 1억6000만원 선에서 최근 1억9000만∼2억원 선으로 올랐다.


화곡역 인근 LBA가나 부동산 김원숙 대표는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화곡동에서는 아파트는 물론 빌라도 전세매물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면서 “4억원 이상의 아파트 투자가 힘든 전세입자들이 2억원 안팎의 물건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