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술 건강하게 마신다] 연금술사의 비법 ‘위스키’ 를 만들다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26 17:51

수정 2014.11.05 11:45


중동 및 이집트의 모슬렘 세력으로 부터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유럽의 기독교 세력이 일으킨 12세기의 십자군 전쟁. 10여 차례 지루하게 계속된 십자군 전쟁이 끝나면서 참전했던 카톨릭의 수도사들은 중동의 연금술사로부터 증류주의 비법을 전수받게 된다.

당시 아랍의 연금술사들은 알코올을 증류하여 향료나 화장품 제조에 사용했다. 그래서 알코올의 어원이 아랍어의 콜(Kohl)에서 비롯됐다.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눈썹 화장을 하는 화장품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유럽으로 돌아온 수도사들에 의해 증류주에 적용됐고, 위스키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고급 증류주들은 모두가 십자군 전쟁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랍 연금술사들로부터 전수된 알코올 증류 비법은 순식간에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갔다. 특히 영국의 에일(맥주의 한 종류)을 증류하여 만든 거친 알코올은 스코틀랜드의 겔릭어로 ‘우스개바 (Usquebaugh-생명의 물)’라고 불려지게 된다. 이 말은 후에 음변형이 되어 위스키로 되었고, 이로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스카치 위스키가 위스키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된다.

■위스키의 대명사, 스카치

스코틀랜드는 지구의 최북단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는 밤이 매우 길다. 해양성 기후인 탓에 겨울에는 궂은 날이 지속되기 일쑤인데 사람들은 길고 지루한 겨울밤에 술을 마셨다. 이들이 즐겨마시던 스카치 위스키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맛을 지니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18세기 초 스코틀랜드의 국왕 제임스 1세가 잉글랜드 국왕을 겸하게 되면서 대영제국(United Kingdom)이 탄생했다. 대영제국이 위세를 떨치게 되면서 국내의 재정 수요가 늘어나게 되자 세제수입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술에다 주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특히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중과세 대상이 되었다.

그러자 당시 위스키를 생산하던 스코틀랜드인들은 주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증류기를 산속으로 옮기고 위스키를 몰래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몰래 증류한 위스키를 술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오크(참나무)통에 담아서 동굴 같은 곳에 숨겨 놓았다. 몇 년 후, 통 속의 위스키를 따라 보니 말간 호박색으로, 맛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한 고급 술로 변해 있었다. 이처럼 우연이 낳은 숙성법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스카치 위스키가 마침내 증류주의 왕자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위스키는 5년 이상 숙성시켜야 제 맛이 나는데, 위스키를 오크통에 보관하면 오크통에서 우러난 여러 성분들과 서로 반응하여 점차 부드럽게 숙성된다. 이렇게 위스키의 향미가 익어 가는 과정은 너무 복잡해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사람들이 아는 것을 숙성 도중 술이 조금씩 날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숙성 중에 날아가는 부분을 '천사의 몫'(Share of Angel)이라 하고 귀한 술을 하늘에다 나누어 주는 것이라 여겼다.

■몰트위스키, 그레인위스키, 블렌딩위스키

스코틀랜드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위스키는 품질은 최상급이었지만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너무나 비쌌다. 종전까지 생산된 전통적인 위스키는 맥아만을 원료로 썼으며, 증류 또한 단식 증류기(Pot Still)만을 사용했기 때문. 그러나 증류기에 위스키의 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성분들의 함량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이 증류기로 생산한 위스키는 대체로 향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제조된 위스키를 ‘몰트(Malt) 위스키’ 라 한다. 종류로는 싱글턴, 글렌피딕, 글렌리벳 등이 있다.

산업혁명이 급진전되면서 잉글랜드 지방에서 위스키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자 위스키 제조업자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이민 온 애니어스 카피(Aeneas Coffey)는 1831년 발효액을 연속해서 투입하여 증류액을 얻는 연속식 증류기를 고안하여 특허를 얻었다. 그는 이 증류기를 가지고 소량의 맥아를 사용하여 보리, 옥수수, 및 등의 곡물을 당화, 발효시켜서 대량의 위스키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것을 그레인(Grain) 위스키라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위스키는 가격은 싸지만 향이 약하여 품질 면에서 전통적인 몰트 위스키를 따를 수가 없었다.

1800년대에 들어와 위스키는 대도시의 상인들에 의하여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위스키 제조업자들로부터 원액을 구입하여 자기 상표를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향이 강한 몰트 위스키와 값싼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혼합)하여 소비자의 요구에 적합한 위스키를 만들었다. 이것을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라 하는데 오늘날 스카치 위스키의 약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종류로는 조니워커, 딤플, 윈저, 시바스 리갈, 올드 파, 발렌타인, 화이트 호스, 듀어스, 블랙 & 화이트, 커티 샥 등이 있다.


현재 스코틀랜드에는 약 100개의 몰트 위스키 증류 공장과 10개 정도의 대형 그레인 위스키 공장이 있다. 각 스카치 위스키 회사는 이들 공장으로부터 원액을 구입하여 블렌디드 위스키를 제조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스카치 위스키가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은 해안을 따라 양질의 보리가 생산되었으며, 강에는 맑고 풍부한 연수가 넘쳐흘렀고, 산 구릉에는 연료인 이탄(peat)이 무진장 널려 있는 천혜의 자연 환경 덕택이라 할 수 있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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