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IT 성장동력을 찾아라] 2부 ② IPTV 상요화 서두르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29 18:47

수정 2014.11.04 20:47



서울 여의도에 있는 KT의 인터넷TV(IPTV) 미디어센터에는 세계 방송통신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올 들어 캐나다 통신업체 새스크텔(SaskTel), 중국 북부지역 최대 통신사업자 CNC, 영국의 메이저 배급사 그라나다, 미국 최대 유료 케이블TV HBO 부사장 등이 미디어센터를 찾았다. 또 지난 8월 말엔 아시아 최대 방송영상콘텐츠 마켓인 ‘2007국제방송영상콘퍼런스’(BCWW) 행사 참가차 방한한 방송계 VIP들도 줄줄이 다녀갔다. 이들은 한결같이 KT의 IPTV 상용화 플랫폼과 기술력에 놀라워했다.

IPTV사업 선두주자인 하나로텔레콤에도 해외 업체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지난해 7월 이후 프랑스 1위 통신업체 프랑스텔레콤, 일본 소프트뱅크의 야후BB, 노르웨이 NRK(공영방송) 등 세계공영방송 운영위원회, 중국 통신사업자 차이나넷컴, 일본 도쿄방송 등의 관계자들이 잇따라 찾았다.
이 곳을 다녀간 유럽연합(EU) 레딩 위원은 지난 4월 “정보통신기술과 미디어 융합 분야에서 한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정보기술(IT)을 이용한 미디어 융합의 성공적인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한국의 IPTV서비스 기술이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을 주요 선진국들이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앞선 기술에도 불구하고 정작 IPTV 서비스는 ‘반쪽짜리’에 머물고 있다. IPTV산업 발전을 지원해야 할 IPTV 법안이 이해당사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국회에서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의 IPTV는 실시간 지상파방송은 틀지 못한 채 주문형비디오(VOD)와 쌍방향서비스를 중심으로 ‘미완성의 IPTV’를 서비스하고 있다.

■IPTV 세계시장 주도권 뺏길수도

전세계 60여개 국가들은 자국 실정에 맞게 IPTV법을 만들어 상용서비스 중이다. 특히 IPTV 기술표준 주도권을 노리는 미국, 일본 등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더 많은 기술논문(231건)을 제출하는 등 미래 IPTV시장 장악을 꿈꾸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200여건의 IPTV 관련 논문을 국제통신연합(ITU)에 제출하는 등 기술표준 채택에 안간힘을 써 왔지만 IPTV 상용화 법에 발목이 잡히면서 앞날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지금껏 쌓아온 기술표준 노력이 ‘경쟁국들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TV는 와이브로와 달리 ‘코리안 기술’이 아니다. IPTV에 들어가는 일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으로 표준에서 앞섰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 상용화되지 못해 수요가 없는 기술은 실험실에서 앞서가는 기술일 뿐”이라며 “지금의 표준기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연관산업 파급 효과 외면

또 다른 문제는 IPTV 상용화에 따른 산업적인 측면이 우리나라에선 너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IPTV는 방송통신융합서비스의 핵심모델로 국가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 인터넷망 고도화, 콘텐츠 개발, 홈네트워크, 유비쿼터스, T뱅킹, T러닝 등을 꽃 피우는 등 미래산업의 성장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염용섭 연구위원은 “IPTV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실어내는 통로(파이프)와 같다. IPTV가 도입되지 않는 것은 그 애플리케이션을 실을 수 있는 수단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장비, 네트워크,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업체들이 기회를 잃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IPTV 도입으로 오는 2012년까지 생산 유발효과 11조8000억원, 부가가치 5조4366억원, 고용효과가 6만7603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IPTV 안방서 날개 먼저 펴야

그러나 IPTV를 둘러싼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다. 4년째 공전 중인 IPTV 법제화 논의가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PTV가 방송이냐 통신이냐’는 원론적인 쟁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통신-방송업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현재 IPTV법은 방송통신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현재 나와 있는 법안만 모두 8개에 달한다. 이 법안들을 놓고 이해관계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마저 대선정국의 정치이슈 때문에 파행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 IPTV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IPTV 규제를 어떻게 할지는 지금껏 충분히 얘기했다. 결정을 내리는데 자료가 더 필요하거나 논의가 부족한 게 아니다. 이젠 국회에서 하루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IPTV는 미래 황금시장”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국내 대표 유선통신업체들은 더 이상 사업을 미룰 수 없다고 보고 법제화와 상관없이 IPTV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CJ인터넷 등 18개 사업자도 연합해 개방형 IPTV 서비스 ‘365℃’를 추진 중이다. 이 업체들은 모두 IPTV가 미래 뉴미디어의 황금시장을 열어줄 신사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KT와 하나로텔레콤이 모은 IPTV 가입자는 80만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법이 정해지지 않아 지상파 실시간 방송은 못하고 쌍방향서비스와 VOD서비스를 위주로 IPTV가 진행 중이다. 하나로텔레콤은 ‘하나TV’ 브랜드로 지난해 7월부터 VOD서비스 위주의 IPTV를 시작, 1년 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모았다. 이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가장 빠른 속도다.
KT도 ‘메가TV’ 브랜드로 지난 7월 전국에 IPTV를 시작했다. 현재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TV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과연 ‘이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냐’하는 것을 소비자들이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일”이라며 “하루빨리 소비자에게 그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사진설명=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에서 이용자들이 캐주얼게임을 즐기고 있다(위). KT가 지난 7월 선보인 메가TV는 TV뱅킹 등 다양한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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