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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코리아’ 새 시장을 열어라] <2부> ② 현대로템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30 16:53

수정 2008.11.30 16:53



경기 의왕시내에 들어서면 영동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15층짜리 세련된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10월 완공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연구센터다. 현대차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관련 기술 연구기지로 8만377㎡ 부지에 9만9601㎡의 연면적 규모를 자랑한다. 축구장 9개 정도를 합친 크기다. 이곳엔 1700여명의 연구인력이 모여 있다.

철도차량 및 방산업체로 잘 알려진 종합중공업 회사인 현대로템의 연구센터도 이곳 9층에 있다.


기자가 현대로템의 로봇연구소를 찾은 지난달 25일. 현대로템, 모비스 등 현대차 계열 연구소들이 이곳 연구센터로 입주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분주했다.

두 번에 걸친 신분확인 절차를 마치고 연구원의 안내로 9층에 들어서자 넓은 공간의 확 트인 연구소가 펼쳐졌다. 창가 너머로는 시원스럽게 뚫린 영동고속도로와 의왕 시내, 멀리 수리산과 관악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현대로템 연구원들은 로봇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김대제 연구원은 자율주행차량 로봇 앞에 장착되는 ‘지뢰탐사 팔’ 설계작업을 하느라 손놀림이 바빴다.

김 연구원은 “로봇이 최적의 구조와 동력전달 메커니즘을 갖도록 부품별 간섭을 체크하고 형상 및 중량을 통제하는 설계를 하고 있다”며 “이 지뢰탐지로봇은 센서데이터 신호를 분석해 지뢰가 묻혀 있는지는 물론 지뢰종류, 크기, 매설 깊이를 판단한다”고 소개했다.

■자율주행기술 기반 군사로봇분야 선두

KTX 등 철도차량과 방위산업, 플랜트사업이 주력인 현대로템은 신수종사업으로 전문서비스로봇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군사로봇의 핵심인 엔진과 자율주행 부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현재 네 발로 이동하는 감시·정찰용 견마로봇, 360도 회전하는 자율주행차량 로봇을 비롯, 좁은 지역에서도 불을 끌 수 있는 화재진압 로봇 등을 개발 중이다.

그 중 다족 견마로봇은 산악지대가 많은 한국지형에 맞춰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수송 및 정찰로봇이다. 지뢰탐지 및 탄약수송, 정찰 등 전투지원 역할을 수행한다. 이동방식은 수십 개의 관절이 있는 네 개의 다리로 이동하거나 6개의 바퀴로 이동할 수 있다.

16개의 관절로 구성된 네 다리로 이동하는 견마로봇의 이름은 진돗개와 풍산개의 앞글자를 딴 ‘진풍(眞風)’. 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 중이며 오는 2012년 개발을 끝낼 예정이다.

이 로봇은 60㎏의 짐을 수송할 수 있다. 10초에 10.5m(1.5m/s)를 걷는데 보통 병사가 걷는 속도다. 다리는 자동차의 파워핸들과 같은 유압구동 방식이어서 힘이 좋다. 로봇은 휴대용 원격제어기를 통해 움직이며 병사가 직접 조종한다. 견마로봇이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보내면 병사는 헬멧 일체형 디스플레이 장치로 이를 확인한다.

현대로템은 견마로봇이 움직이는데 필요한 동력시스템과 플랫폼, 센서 개발을 맡고 있다. 1단계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동력을 함께 이용하는 동력시스템으로 하고, 향후엔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수소연료전지+배터리)으로 개발된다.

이정엽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실제로 국방에선 견마로봇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핵심”이라며 “군 수요에 맞춰 양산할 계획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로템은 자율주행차량 로봇도 만들고 있다. 이 로봇은 유무인 겸용인데 원격제어가 가능해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6개의 바퀴는 바퀴 축이 움직일 수 있어 언덕·구덩이 등 어지간한 장애물은 넘을 수 있다.

특히 360도 제자리 회전이 가능하다. 양바퀴의 회전수 차에 의해 제자리에서도 방향전환이 가능한데 이는 현대로템이 독자 개발한 ‘인휠(In-Wheel) 독립 구동 시스템’ 때문이다. 바퀴 안에 모터와 감속기, 제동장치가 하나의 모듈로 내장돼 있는 차세대 구동장치를 말한다.

■무인 화재진압 로봇도 상용화 앞둬

현대로템은 자율주행로봇 기술을 응용해 유무인 겸용 실외 화재진압로봇도 개발 중이다. 원자력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데 현재 2단계 개발사업(2009년 말 완료)이 진행 중이다.

작은 전차 모양의 화재진압 로봇은 좁은 장소에서 방향을 틀 수 없을때 제자리에서 회전하면서 물을 살포할 수 있다. 또 위험지역에 투입할 수 있어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물론 로봇에 소방관이 탑승해 조작도 가능하다. 500도가량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무선 조종이 가능하다.

김석환 현대로템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화재진압 로봇은 크기도 작아지고 다양한 임무수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내열소재의 로봇 외장에 전기구동 장치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화재진압 로봇은 ‘미분무(微噴霧)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고온의 화재 현장에서도 로봇 차체를 보호하기 위해 미세한 물방울 알갱이를 뿌려 차량 온도를 낮추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화재현장에 근접해 진화작업을 할 수 있으며 로봇 차체 및 내열시스템 설계가 어려운 센서를 보호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소방관의 인명 피해를 줄이고 소방기술을 첨단화하기 위해 주요 수요처인 소방방재청에서도 무인 화재진압 로봇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사진설명=지난 10월7일 경남 창원 국방과학연구소 기동시험장에선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군사로봇들의 첫 기동작전 시연회가 펼쳐졌다.
현대로템은 이날 네 발로 걷는 견마로봇과 무인자율주행차량 등 현재 개발 중인 군사로봇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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