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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찔끔’인하.. 부동산 시장 시큰둥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14 21:47

수정 2010.01.14 21:47



시중 은행이 줄줄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기존 주택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반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한 달새 0.1%포인트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0.2%포인트 내린 것은 ‘새발의 피’라며 이정도 수준으로는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정부 ‘생색내기’용 금리인하

14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외환·신한·하나·국민 등 6개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5%포인트 내렸다. 특히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인하 폭이 0.2%포인트에 그치면서 이번 금리 인하 단행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날 현재 CD금리는 2.88%로 지난해 12월 15일(2.79%)에 비해 0.09%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폭에서 CD금리 상승폭을 감안하면 0.11%포인트 인하한 데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ATY컨설팅의 박찬식 대표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CD금리가 한달 동안 가파르게 오른 것을 만회하기 위한 데 불과하다”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금리는 (인하에도 불구하고) 두 달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실제 가산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7∼8월의 주택담보대출금리와 현재 금리 인하 단행 후의 금리는 연 5.4∼5.9%로 거의 동일하다.

더욱이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 글로벌 출구전략에 따라 우리나라도 출구전략이 임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 같은 금리 인하 효과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메리츠증권 부동산팀의 한 관계자는 “향후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인 만큼 이번 금리 인하는 ‘사전조치’에 불과하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하로 크게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주택규제와 실물경제 부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기존 주택시장 규제를 풀지 않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의 금리 ‘찔끔’인하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주장도 있다.

메리츠증권 부동산팀의 관계자는 “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조금 낮췄다고 해서 투자자가 몰릴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자율 떨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 대출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 대출의 총량이 소득과 연계된 현 상황에서 소득이 증가하지 않으면 유동성 자체가 커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실물 경기 악화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없이 서민 주택수요를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남 서초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주택 시장에 매수세가 실종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은행 강남센터의 박승안 센터장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이 현재의 주택 가격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금리보다는 부동산 가격과 매수세 실종에 따른 문제인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더블딥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데다 청년 실업률 증가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유동성만으로 실물자산 가격 상승을 이끌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가산금리는 CD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5%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신규 주택담보 대출을 고려하고 있다면 가산금리보다 설정비용 등 추가비용을 따지는 것이 더 실속이 있다”고 조언했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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