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중대형 아파트의 ‘굴욕’/조용철기자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3 18:13

수정 2010.02.03 18:13

분양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중대형이 대거 미달된 데 이어 경기 고양 삼송과 용인·수원, 인천 등을 거쳐 이달 들어서는 서울 강북권의 '노른자위' 단지로 꼽히는 은평뉴타운으로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좋은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에다 세제지원 등 각종 혜택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은평뉴타운마저도 시세가 오른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 게 청약 부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은평뉴타운의 아파트 분양가격이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위례신도시 등의 분양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서 수요자들이 보금자리주택과 위례신도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청약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는 자금 부담이 크다 보니 시세에 비해 싼 분양가도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희소성 때문에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공급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실수요자들이 중소형을 더 선호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자들이 자금 부담이 큰 물건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불확실한 시세 차익을 노리기 보다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출산과 고령화로 가구원 수가 줄고 금융위기까지 겪으면서 대형 보다는 중소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청약 열기가 달아올랐던 은평뉴타운의 인기가 중대형 아파트 분양 침체로 불과 6개월 여만에 뚝 떨어졌다.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 중대형 아파트만이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주택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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