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골프 골프인] 조수경 박사 “최고 기량은 감정·인지·정서의 조화죠”

이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02 18:22

수정 2010.11.02 18:22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KB 국민은행 스타투어’ 최종 라운드가 열린 지난달 2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경기가 끝난 뒤 준우승을 차지한 유소연(20·하이마트)에게 다가가 밝은 웃음으로 말을 건네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16번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역전패를 허용한 유소연에게 다가가 위로 대신 환한 표정으로 “경기를 즐겼냐”는 질문을 던졌고 유소연은 “어느 시합보다 경기를 즐겼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유소연과 대화를 나눈 주인공은 멘탈 코치를 맡고 있는 조수경 박사(41·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 소장).

조 박사는 유소연을 비롯해 박인비(22·SK텔레콤), 임지나(23·잭니클라우스), 배상문(24·키움증권), 홍순상(29·SK텔레콤) 등 프로 골퍼들을 지도하고 있는 멘탈 전문가다. 지난해부터는 ‘마린보이’ 박태환(21·단국대)을 위해 구성된 대한수영연맹 특별강화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 박사가 스포츠 멘탈 코치로 활동하게 된 건 지난 2003년부터. 이화여대와 보스턴대에서 스포츠 심리학 석사, 이화여대에서 스포츠 심리학 박사를 받은 그는 2003년부터 농구, 축구, 테니스, 수영 종목 등의 멘탈 코치로 활동해오다가 2007년부터 골프 선수들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시설물 등의 환경은 우리나라가 결코 뒤떨어지지 않지만 운동을 하는 분위기는 너무 다른 걸 보고 내심 부러웠어요. 선수들은 팀 내에 자문위원이 있어 언제든 의사 소통을 하고 선수와 코치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달려왔어요.”

그는 선수들에게 ‘심리 선생님’, ‘박사님’이 아닌 ‘멘탈 코치’로 불린다.


“멘탈은 감정, 인지, 정서를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입니다.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내려면 인지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고루 조화가 이뤄져야 하고요. 그래서 선수들의 감정, 인지, 정서를 동시에 고려해 이끌고 있고 선수들에게도 심리 선생님이 아닌 멘탈 코치라고 불러달라고 이야기 해요.”

조 박사는 선수들을 지도하기에 앞서 꾸준히 상담을 받는 ‘준비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선수들을 지도할 땐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마음이 속상하고 부정적이 되면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줄 수 없기 때문에 제 마음의 밸런스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죠. 슈퍼바이저에게 상담을 받는 건 저를 위해서 뿐 아니라 선수들을 위해서예요.”

조 박사의 목표는 성적이 뛰어나거나 유명한 프로 선수들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들을 길러내는 것이 그의 꿈이다.

“가끔 ‘어머니가 보내서 왔어요’라고 말하는 선수들은 그냥 돌려 보내요. (물론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제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지도하는 선수들이 우승할 때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승한 선수는 자신을 과대 평가하지 않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우승을 하지 못한 선수는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야 할 지 알려줄 수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스포츠계는 경쟁보다는 스포츠맨십을 중시하는 풍토로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선수들이 올바른 경쟁관과 자존감으로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어야죠.”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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