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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한국 기업과 나노·바이오분야 공동연구 관심 있어”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3 18:26

수정 2011.01.13 18:26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면 우주비행사가 18개월간 무중력 상태로 건강을 유지해야 돼요."

미 항공우주국(NASA) 나노센터 탐사기술부를 총괄하는 메야 메야판(Meyya Meyyappan) 연구소장(포스텍 WCU교수)은 화성에 인간을 보내려면 우주 비행사가 장기간 무중력 상태에서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메야판 연구소장은 "현재 화성까지 가는데 대략 6개월 걸리고 돌아 오는데 6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 그래서 충분한 생명 연장시간을 합쳐서 최소한 18개월 동안 중력 없이 방사선 노출 상황에서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나사가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중력 상태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유지하고 방사선의 노출을 완벽하게 차단할 우주선을 나노기술을 적용, 개발해야 화성으로 인간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도 정권이 바뀜에 따라 우주개발 정책이 조금씩 바뀐다고 메야판 연구소장은 전했다. 그는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은 나사도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전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사람을 화성에 보내려 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그보다 나노기술 개발 등 다른 과학 개발에 더 중요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노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주선을 가볍게 하고 우주 개발비를 싸게 할 수 있다"면서도 "화성까지 사람을 보내는 것은 우주 비행사의 건강 유지에 어려움이 많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메야판 연구소장은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이 당분간 어렵겠지만 달에 인간을 보내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달에는 이미 인간이 갔었고 중국도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을 최근 계획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과학계, 나노·바이오 공동연구중

한국 정부는 최근 나사와 공동 연구를 추진한 바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초 미 워싱틴DC 나사 본부에서 우주탐사, 우주과학 등 5개 기술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 등 협력에 나서기로 협의했다.

두 기관은 먼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이 휴대하면서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활용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방사능 측정장비 설계와 제작을 담당하고 나사는 장비 설계 가이드라인 제공과 성능 인증 및 우주정거장에서의 사용승인 등을 맡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물리학실험에 한국 과학자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논의했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나사와 국내 과학계간 공동연구는 메야판 연구소장이 주도 중이다. 그는 포스텍 교수진과 바이오 전계 효과(Field Effect) 트랜지스터, 바이오센서, 바이오칩 등에 대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또 다른 공동 프로젝트로는 테라헤리즈-전자소자, 무기 나노와이어, 나노와이어를 이용한 위상변화 메모리소자 등이 있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 등이 차세대 사업으로 집중 육성을 선언한 정보통신(IT) 및 바이오 분야와 거의 유사하다. 메야판 연구소장은 이들 기업과 공동연구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메야판 연구소장은 "나사의 나노기술 연구는 한국 대기업의 미래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텍 바이오센터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데 우리는 바이오 엔지니어링에 대한 심오한 지식이 없다"면서 "그 대신 소자를 만들고 바이오센터가 제공한 간염(hepatitis C) 진단기를 칩에 장착하는 식으로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 연구를 통해 합성된 무기 나노와이어 신소재는 포스텍이 보유 중인 가속기를 통해 분석이 진행된다.

바이오칩은 실생활에서 적용된다. 그는 "출입국하는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일일이 확인하려면 공항이 혼란 속에 빠질 것"이라며 "나노 바이오센서를 이용하면 신속히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텍과 나노-바이오 공동연구 활발

나사는 포스텍의 자동제어, 통신, 나노, 바이오를 포괄하는 연구센터인 ITCE(IT Convergence Engineering)와 '스마트홈'을 공동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우주선에 탑승 중인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휴스턴 센터에서 실시간 무선으로 체크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또 실생활에서는 바이오칩을 이용해 간편하게 환자들의 질병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메야판 연구소장은 "헬스케어 비용이 점점 비싸지고 있다. 이렇게 발생하는 헬스케어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지속적인 모니터링, 사전 예방 진단 등을 통해 사람들을 관리하면서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야판 연구소장은 "스마트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콜레스트롤, 심장 상태 등을 검사하는 센서에 달렸다.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와 바이오기술을 융합한 센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사이언스 과학자들과 통신, 프로토콜, 자동제어 등에 대해 그룹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야판 연구소장은 포스텍이 한국 내 최고 수준의 나노 연구설비를 갖췄다고 극찬했다. 그는 "포스텍 내 NCNT(National Center for Nanomaterials Technology)에 있는 '나노팹'은 최고 수준의 나노 공정이 가능한 설비로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한 전 공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노팹은 뿐만 아니라 플라스마에칭, 플라스마 증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기다이오드, 디스플레이공정이 가능하다.

■"한국 과학계 미국·유럽 의존 줄여야"

메야판 연구소장은 한국 과학계가 독창성을 키우면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과학계에 대해 "한국 과학계가 상당히 인상적일 정도로 훌륭해 조언이 별로 필요 없다"면서 "다만 너무 유럽이나 미국에 배우려고만 하는 생각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에는 미국이 아닌 한국, 중국과 같은 동양이 주도할 것"이라며 창의적인 연구를 당부했다.

또한 그는 중국 과학계의 급속한 발전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지금은 영어를 열심히 배우지만 앞으로 15∼20년 후에 삼성, LG, 포스코의 기업인들은 영어 대신 중국어로 상담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면서 "동양이 향후 세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서양인들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나노기술 연구 수준은 세계적이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나노기술 과학 수준은 미국, 유럽 및 일본과 견줄 만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 수를 볼 때 한국은 1등 아니면 2등이다. 이것은 중국, 미국보다 높으며 심지어 일본보다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과학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용 펀드를 제공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고 잘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사진설명=포스텍 나노기술 연구소 NCNT에 있는 '나노팹'에서 한 연구원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NCNT와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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