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시아나 美서 착륙사고] 침착했던 307명 ‘최악 참사’ 막았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8 03:59

수정 2014.11.05 11:45

[아시아나 美서 착륙사고] 침착했던 307명 ‘최악 참사’ 막았다

"초현실적 광경이었다. 많은 사람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명을 질렀고 나도 그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7일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당시 사고기 탑승객 벤자민 레비(39)는 사고 당시의 아비규환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레비는 여객기 충돌 여파로 갈비뼈에 부상을 입었지만 사고 직후 탑승객들을 안정시키고 비상구를 열어 50명 이상을 대피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비상구 좌석 쪽에 앉아있던 레비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착륙 당시 여객기가 바닥에 닿으려는 순간 다시 올라갔지만 이내 바닥에 충돌했다"면서 "조종사가 너무 빨리 하강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긴 했지만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켜 빠르게 탈출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고 항공기는 6일 오후 4시35분 인천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7일 도착 예정 시각인 3시35분을 8분가량 앞둔 오전 3시27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정상적으로 착륙하지 못하고 활주로에 충돌했다.

충돌 직후 기내는 매캐한 연기로 뒤덮였다. 그러나 승객들은 항공기 상태가 궁금하고 연기로 앞을 잘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항공기가 멈춘 후 기장의 대피령이 떨어지자 승무원들은 빠르게 승객들을 비상 슬라이드로 안내했고, 승객들은 승무원들의 지시를 따르며 안전하게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했다. 탈출한 승객 가운데 일부는 부상 여파로 활주로 옆 잔디밭에 쓰러졌지만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2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부상을 입은 비극적인 사고였다. 그러나 승무원들의 발빠른 대처와 승객들의 질서유지 및 희생으로 인명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었다. 사고 항공기에는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등 307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사망한 2명은 모두 중국 국적의 여성으로 확인됐다. 승객은 중국인이 14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 77명, 일본인 61명, 다른 국적의 12명도 탑승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망자 시신 2구 모두 활주로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꼬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피해를 본 것으로 판단된다. 부상자들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주변 병원들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49명은 중상으로 상태가 나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탑승자들이 모두 탈출한 후 사고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인명피해가 적었다고 전했다. CNN의 항공 전문가인 리처드 퀘스트는 최근의 신형 항공기들은 사고 발생 시 90초 안에 승객들이 모두 탈출할 수 있도록 제작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굉장한 우려 속에서 계속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고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 항공기는 지난달 2일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엔진 이상으로 정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공항에 도착했으나 엔진 한쪽에서 기름이 새는 것이 발견돼 20시간 넘게 정비를 받았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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