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르포] 세계 최대 규모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3 17:32

수정 2013.11.03 17:32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에서 만들어진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흐르고 있다. 윗부분에 줄지어 서 있는 작은 기둥들이 1200도의 열풍을 고로에 불어넣는 풍로다. 광양제철소 1고로는 개보수를 통해 6000㎥ 크기로 커져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고로의 연간 쇳물 생산량은 550만t에 달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에서 만들어진 시뻘건 쇳물이 쏟아져 흐르고 있다. 윗부분에 줄지어 서 있는 작은 기둥들이 1200도의 열풍을 고로에 불어넣는 풍로다.
광양제철소 1고로는 개보수를 통해 6000㎥ 크기로 커져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고로의 연간 쇳물 생산량은 550만t에 달한다.

【 광양(전남)=강재웅 기자】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바다를 매립해 건설, 현재 부지만 약 20.83㎢(약 630만평)에 달해 단일 공장으로선 세계 최대 규모다. 지난 1일, 기자 일행이 광양제철소 1고로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 벽에는 60명의 얼굴을 모아 만든 커다란 액자가 걸려 있었다.

손용문 광양제철소 1제선공장장은 "액자에 담긴 이들은 1고로를 탄생시킨 인물들"이라며 "이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집약해 세계 최대 규모의 고로를 탄생시켰다. 세계 최고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나타내기 위해 제철소 입구에 걸어 뒀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짧은 브리핑 뒤에 들어선 1고로. 순간 철광석을 녹이기 위해 고로를 촘촘히 둘러싸고 있는 44개의 거대한 통풍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고온의 바람 소리가 일행을 압도했다. 바로 옆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통풍구 주위엔 용광로 내부와 바깥벽 사이에 냉각용 물을 공급하는 가느다란 관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잠시 후 고로에서 흘러 나오는 쇳물 길을 덮고 있던 덮개가 서서히 치워지자 맹렬하게 흐르는 시뻘건 쇳물이 모습을 드러냈고그 위로 불꽃이 이리저리 난무했다. 1고로 입장 직전 공장 관계자가 "열기와 소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지만 섭씨 1500도의 쇳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열기와 바람 소리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중형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철강이 약 1t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1고로에서 생산되는 쇳물로만 대략 550만대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규모 못지않게 1고로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세계에서 단연 으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다른 제철소의 경우 쇳물 1t을 생산하기 위해선 345㎏의 석탄을 투입해야 한다"며 "그러나 광양 1고로는 290㎏만 넣으면 돼 효율 측면에서 전 세계 1위"라고 자랑했다.

고로는 한번 가동이 시작되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20년 동안 불을 꺼트리지 않고 가동한다. 일단 만들어지면 바로 경쟁력이 결정되므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매우 중요하다.

손 공장장은 "광양제철소는 타 제철소 대비 매년 1300억여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어려워도 상대적으로 견디기 쉽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포스코가 철강업체의 대명사이고 우리나라 철강업을 이끌고 있고 제가 포스코에 근무한다는 것에 항상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1고로의 재탄생으로 일본과 유럽, 브라질 등의 제철소 관계자들이 광양제철소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고 한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지만 1고로의 규모와 효율성을 믿기 어려워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철강기술을 배워오던 입장에서 20년 만에 철강기술을 수출하고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이 된 것.

특히 광양제철소는 설계단계부터 대형·집약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경쟁사에 비교해 공장 내 물류 흐름이 완벽에 가깝다.

종합제철소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용선)을 만드는 공장(고로)과 쇳물에 첨가물을 더해 강(Steel)으로 만드는 제강공장, 여기서 나온 쇳물(용강)을 굳혀 슬래브(대형 철강막대)를 만드는 연주공장, 슬래브를 열간압연해 열연 코일(핫코일)을 만드는 열연공장, 열연코일을 냉간압연해 냉연강판을 만드는 냉연공장, 냉연강판의 특성을 조절하는 표면처리공장 등 다양한 공장이 필요하다.

보통의 종합제철소들은 각 공장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만들어져 제철소 내 물류 흐름이 꼬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양제철소는 각 공장에서 나온 철강재의 흐름에 맞게 바둑판 모양으로 지어져 물류가 물 흐르듯이 이뤄진다.

더구나 광양에서 생산되는 철강재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표면처리강판 등 판재류에 집중돼 있다. 핵심품목에 주력하다보니 당연히 원가경쟁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철강업계는 세계적 경기불황과 공급과잉으로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1고로 직원들은 힘주어 말했다. "포스코는 월드베스트를 향한 전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위기들은 포스코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일 뿐입니다."

k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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