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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13’ 프로젝트] (4부·3)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 핵입자천체물리학지하실험 연구단장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3 16:38

수정 2013.11.13 16:38

김영덕 IBS 연구단장(세종대 교수)이 미확인 우주입자인 '암흑물질'에 대한 설명을 대전 IBS본원 내 단장실에서 갖고 있다.
김영덕 IBS 연구단장(세종대 교수)이 미확인 우주입자인 '암흑물질'에 대한 설명을 대전 IBS본원 내 단장실에서 갖고 있다.

"입자 가속기를 사용하지 않고서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는 '암흑물질(미확인 우주입자)' 연구를 국내 연구진 주도로 진행 중입니다."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 핵입자천체물리학지하실험 연구단장은 "암흑물질을 찾는 것은 블랙홀을 찾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며 최근 본지와 대전 IBS 본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김 단장은 "우주 물질 중 인류에게 확인된 것은 단 4%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6%는 아직도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암흑물질 등으로 구성됐다"며 연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암흑물질은 최근 노벨상을 수상한 힉스(Higgs) 입자처럼 우주 발생과 진화를 풀어낼 단서로 종종 거론돼왔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발견은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것만큼 대단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제2의 신의 입자'로도 손색이 없는 암흑물질에 대한 발견은 힉스 입자만큼 인류의 대발견이 될 전망이다.

암흑물질이 최종 확인될 경우 우주의 첫 시작인 '빅뱅(대폭발)' 이후 우주의 진화 과정과 미래를 더 정확히 이해하게 돼 복합적인 우주 연구 영역을 열게 된다.

[‘노벨상 13’ 프로젝트] (4부·3)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 핵입자천체물리학지하실험 연구단장

■암흑물질 찾아야 우주신비 풀려

이 같은 이유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가설로만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암흑물질의 최고 후보군인 '윔프(Wimp)' '액시온(Axion)' 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윔프의 경우 세계적 천재 물리학자인 고 이휘소 박사도 존재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구진의 암흑물질 연구의 최대 걸림돌은 10조원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를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빅뱅을 아주 작은 규모로 재현할 수 있는 스위스 국경 지대에 있는 대형강입자가속기(LHC)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속기로 둘레만 27㎞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설립·유지 비용으로 인해 전 세계 과학계에선 이 같은 가속기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차원의 암흑물질 연구에 주목해왔다.

김 단장은 "암흑물질을 검출할 때 불필요한 간섭물질을 최소화기하기 위해선 땅속 700m에서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10곳에서 이 같은 지하실험이 20개 정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들 전 세계 지하실험 비용을 모두 합쳐도 LHC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의 암흑물질 연구는 강원도 양양의 양수발전소 내 지하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다.

김 단장은 수력발전소 내에 지하실험실을 구축한 이유에 대해 "수백m 깊이에서 땅을 파고 실험실을 구축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지하공간을 물색하다가 강원도 양양 소재의 수력발전소인 양수발전소 내 지하공간에 실험공간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원도에 산이 많아서 암흑물질 지하연구시설 확보가 아무래도 더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김 단장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증명해낸다면 수력발전소의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공간 제공도 적잖은 도움이 된 셈이다. 지하 연구가 성공하면 그 지역은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400m 지하시설 추가 확보 중

김 단장은 그동안 더 깊은 지하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강원도 장성광업소 같은 탄광과도 접촉해왔다. 탄광 속 지하공간 확보가 어려울 경우에는 1400m 지하공간을 새롭게 파내려가 독자적인 연구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탄광을 활용한 연구보다 비용이 5배 정도 더 들어간다. 지하 터널 확보비용은 수십억원 정도이며, 검출기 자체 제작비용도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그렇더라도 10조원대 입자가속기에 비해선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김 단장은 또한 "가속기가 외부 에너지를 통해 입자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입자를 연구하지만 암흑물질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힘에서 검출기에 부딪치는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실험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암흑물질 입장에선 지구의 존재가 인지가 안된다. 지구 바깥이나 지구 땅속이든 어디에도 암흑물질이 있다. 다만 지하실험을 하는 것은 가상의 암흑물질인 윔프를 측정할 때 외부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출기를 땅속 깊숙이에 두고서 측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암흑물질 가상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은 간섭과 상관없는 물질이어서 지상에서 실험이 가능하다. 윔프와 액시온 연구는 서로 경쟁 중이다. 어느쪽 가설이 맞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과학계에선 어느 한 쪽 연구에 줄을 잘못서면 다른 한 쪽은 시간낭비만 한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단장은 이 같은 불확실성에도 지하실험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해외 입자가속기팀에선 커뮤니티 형성이 어렵다"면서 "단순한 분석 연구가로 남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암흑물질 연구 인프라를 갖춰야 이후에 국제 공동연구와 같은 큰 실험에서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김경수 정명진 임광복 이병철 박지현 기자

■힉스 입자는 우주의 기원인 '빅뱅' 발생 시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졌다는 가설로만 존재해왔다.

그러다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대형강입자가속기(LHC) 실험을 통해 힉스 입자의 존재를 증명했다. CERN의 증명 덕분에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견했던 영국의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명예교수와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CERN이 힉스 입자 존재를 가속기를 통해 확인한 것은 사라진 공룡을 잠시 다시 살려낸 것과 같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김영덕 단장 프로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물리학과 박사 △미국 인디애나대 포스트닥터 △일본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 JSPS연구원 △서울대 브레인풀 연구원 △세종대 교수 △IBS 연구단장(핵입자천체물리학지하실험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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