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업 임원 5억원 이상 보수 공개’ 논란 여전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02 17:34

수정 2013.12.02 17:34

‘기업 임원 5억원 이상 보수 공개’ 논란 여전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임원 개인별 보수공개 정책이 곳곳에서 '빈틈'을 드러내고 있다. 개별 임원보수 공개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이 자율기재 사항으로 분류된 세부적인 보수 산정기준 및 방법을 전혀 공시하지 않고 있다. 주요 대기업 임원들의 개인별 보수도 대부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해 정책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보수 공개 자율기재 '나몰라라'

지난달 29일 사업보고서, 반기·분기 보고서를 공시한 441개 상장기업 가운데 개별임원보수가 5억원 이상 지급돼 공시 대상에 포함된 기업은 동양, 국일제지, 서울도시가스, 태영건설, 현대엠코 등을 포함해 총 12곳이다.

이들 기업은 5억원 이상 보수가 지급된 등기임원의 개별보수를 공시했지만 금융위가 자율기재 사항으로 정한 '세부적인 보수 산정기준 및 방법'에 대해서는 한 곳도 기재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돼 왔지만 금융위의 대응은 안일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발표한 '임원 개인별 보수(5억원 이상) 공개 세부 시행방안'이 단순한 흥밋거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등기임원이 얼마나 많은 고액 보수를 받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액 보수를 받은 임원들의 보수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고 어떤 절차를 거쳐 지급이 집행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자율기재 사항으로 분류하면 기업들이 공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세부적인 보수 산정기준 및 방법은 회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공시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마련된 이번 방안이 법 개정 취지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임원 개인에게 지급된 보수가 5억원 이내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 임원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공시토록 명시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시행방안에서 세부적인 기준과 공시를 회사 자율에 맡김으로써 사실상 임원 개인별 보수액만을 공시하는 제도로 전락해 버릴 상황에 처했다.

경제개혁연대 이지수 변호사는 "정부가 이번 제도가 추진되는 취지를 이해 못하고 있다"며 "고액 임원들의 보수가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기준과 절차를 통해 보수가 지급되는지는 당연히 주주가 알아야 하는 내용인데 회사 자율에 맡기면 아무도 공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 평균지급액만 공시

주요 대기업들도 임원 개인별 연봉을 밝힌 사례가 드물었다.

개인별 보수가 5억원 미만인 경우 기재를 생략할 수 있으나 대다수 대기업 임원진의 보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부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판매로 논란을 일으켰던 동양그룹의 경우 현재현 회장과 부회장의 보수가 기입됐으나 나머지 주요 기업들의 경우 등기이사 평균지급액만 명시돼 있다.

효성그룹은 등기이사 1인당 평균지급액을 표기하는 데 그쳤다. 계열사 효성은 등기이사 1인당 8억2400만원을 지급했다. 진흥기업 등 다수 계열사들도 이사.감사의 개인별 보수현황을 기입하지 않았다.

삼성과 현대차그룹도 등기이사 및 사내이사 1인당 평균지급액을 표기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사내이사 1인당 매년 평균 39억79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했고 호텔신라는 등기이사 1인당 평균지급액이 4억7200만원, 삼성엔지니어링은 등기이사 1인당 6억34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사내이사 9억200만원, 삼성전기는 6억9300만원, 삼성중공업은 등기이사 1인당 33억46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사내이사 1인당 평균지급액이 16억1300만원으로 밝혔고 기아차는 평균 5억3400만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 연봉 공개를 구체화하는 방안이 지난 대선에서도 공약에 오를 만큼 화두가 될 뻔했으나 결국엔 묻히고 말았다"며 "시행 초기라 '일단 눈치부터 보자'는 심리로 공개를 하지 않은 만큼 구체화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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