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5개국 중 한 곳서 특허 내면 다른 나라 출원 빨라져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31 15:35

수정 2013.12.31 15:35

5개국 중 한 곳서 특허 내면 다른 나라 출원 빨라져

2014년에는 특허, 상표, 디자인 권리 등 지식재산권 분야에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특허 강대국인 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이른바 'IP5'간의 특허 심사 장벽을 없애는 'IP5 PPH'가 1월부터 시행된다. 또한 한 번의 디자인 출원으로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권리를 인정받는 디자인 국제출원 시스템(헤이그 시스템)도 오는 7월 도입된다.

이와 함께 특허청은 상표법을 23년 만에 전면 개정해 오는 6월께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개정된 상표법은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현 정부의 화두인 '손톱 밑 가시 뽑기'와 궤를 같이한다. 또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시행된 특허.실용신안 일괄심사는 오는 4월부터 상표·디자인까지 확대 적용된다.

■한번 신청으로 '원스톱 출원'

1월부터 IP5 국가 간 '특허심사하이웨이(PPH·Patent Prosecution Highway)'가 시행되면 글로벌 특허 심사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PPH는 출원인이 여러 나라에 특허를 낼 때 먼저 특허를 받은 국가의 서류를 참고해 일반 출원보다 빨리 심사해주는 제도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특허를 낼 때 한국 특허청에서 우선 특허를 받은 뒤 이 결과를 미국에 제출해 우선 심사를 받는 방식이다. 한국은 일본, 미국, 중국, 독일, 스페인, 멕시코 등과 양자 PPH를 시행 중이지만 다자간 PPH는 처음이다. 미국과의 PPH 사례를 보면 심사기간은 3분의 1로 줄었고 특허 출원율도 1.8배가량 늘어났다.

특허청은 세계 17개국과 글로벌 PPH도 추진 중이다. 당초 미국.일본.호주.캐나다.러시아.영국.스페인.노르웨이.덴마크.포르투갈.핀란드.노르딕 연합 등과 1월부터 13개국 PPH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4개국이 추가로 참가 의사를 밝혀온 상태다. 이와 함께 이어 7월에는 지식재산권 주요 협정 중 하나인 디자인 국제출원시스템(헤이그 시스템)이 도입된다. 특허청은 현재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만드는 한편 전문인력도 확보하고 있다.

헤이그 시스템이 가동되면 특허청 혹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한 차례만 출원해도 여러 국가에서 디자인 권리를 동시에 보호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각각의 국가에서 따로 승인을 받아야 했던 만큼 시간과 비용, 노동량 등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세계적인 디자인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디자인 출원 건수는 한국이 6만5000건으로 미국과 일본이 각각 3만5000건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많다. 헤이그 시스템은 가입국 사이에만 통용되는 조약인 만큼 많은 나라가 가입해야 효과도 크다. 주축이 되는 가입국은 유럽이며 미국 역시 올 하반기에 시행을 앞두고 있고 일본도 3월 내 법안을 제출한다.

미국과 일본까지 헤이그 시스템에 동참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과 사업자들의 디자인 경쟁력도 폭넓게 인정받게 된다.

■브로커 횡포 ↓ 출원자 편의 ↑

특허청이 내년 국회 입법을 추진 중인 상표법 개정안은 상표 브로커들의 횡포를 근절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특정 상표로 영업을 하거나 물건을 만들어 팔지 않으면서 상표권만 등록해 권리를 주장하는 탓에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타인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여 만든 성과를 무단으로 출원해 먼저 등록받은 후 권리행사를 하거나 영세 상인에게 합의금 등을 요구할 목적으로 상표를 출원하는 행위는 심사단계에서 거절된다. 또 누구나 불사용취소심판의 청구인이 될 수 있으며 불사용취소심판이 제기될 것을 알고 나서 상표사용증거를 만드는 행위는 인정하지 않는다. 저명상표의 희석화 방지조항도 신설해 다른 업종이라는 이유로 유명 상표의 명성에 무단 편승하는 것을 방지한다. 가령 나이키라는 유명 상표를 건강 보조제에 쓰면서 마치 나이키가 건강 보조제를 출시한 것처럼 혼돈을 일으키는 행위를 막는 것이다.

상표법 개정안은 3월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이르면 6월, 늦으면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께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시행은 2015년 7월께나 가능하지만 핵심 법안 일부는 의원 입법을 통해 연내 시행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 안선엽 서기관은 "사용하지도 않는 상표를 등록해 놓고 타인이 쓰는 것을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새누리당 '손톱 밑 가시 뽑기 특별위원회' 역시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일부 법안 시행을 7개월가량 당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시행한 특허.실용신안 일괄심사는 4월부터 상표.디자인까지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일괄심사제도는 복수의 특허.실용신안 출원들을 신제품 출시에 맞추어 한꺼번에 심사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제품 출시 시기와 지재권 취득 시기가 제각각이어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의 고충이 대폭 해소될 전망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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