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파괴적 빅뱅에 대비하자] (중) 속도 높이는 전기·수소차, 추월은 시간문제다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2 16:58

수정 2014.10.30 18:28

[파괴적 빅뱅에 대비하자] (중) 속도 높이는 전기·수소차, 추월은 시간문제다

새해 들어 파괴적빅뱅이 그 어느 산업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는 곳이 자동차산업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정보통신 산업에서 파괴적빅뱅이 시작됐듯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등장이 자동차 산업에 위협요소로 다가온 것.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이 확산되면 소비자들은 디젤 등 내연기관 자동차나 연료를 구매할 이유가 없어진다. 한순간에 기존 자동차 사업과 주유소 등 자동차 관련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스마트폰 등장과 달리 지구촌 공통의 관심사인 지구환경보호 측면이 강한 만큼 파괴적빅뱅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성 기업이 파괴적빅뱅을 견디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파괴자의 시장 장악을 최대한 저지하는 한편, 신속한 탈출을 준비하고 새로운 유형의 사업 다각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자동차, 파괴적빅뱅은 시작됐다.


지난 100년 동안 자동차는 내연기관의 시대였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최근 연비규제가 강화되면서 내연기관 대척점에 서있는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그린카)가 급부상하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은 2012년 전년에 비해 77% 성장하며 150만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올 상반기 친환경차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한 30만대로 2012년에 이어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자동차 시장 신규 판매대수는 1620만대로 이 중 25% 400만대는 친환경차의 몫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최신 자동차 트렌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모터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지난 9월 열린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앞다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목할 점은 이전 모터쇼에 출품된 친환경차가 소형차와 콘셉트카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모터쇼에서는 스포츠카부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전 세그먼트 영역에 걸쳐 나왔다는 것이다. 친환경차의 대중화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얘기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신주연 연구원은 "올 상반기 친환경차 시장의 최대 성장 동력은 전기차 등 신차 출시 확대로 볼 수 있다"며 "상품성을 겸비한 신모델 출시가 이어지며 기존 소수 모델 판매에 편중됐던 친환경차 시장 구조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남대학교 경영학과 현영석 교수는 "친환경차 지능형차로 규정되는 미래차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로 21세기 자동차산업 선두주자가 가름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차로 규정되는 친환경기술은 물론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한국형 지능형자동차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괴적 빅뱅에 대비하자] (중) 속도 높이는 전기·수소차, 추월은 시간문제다


■자동차 파괴적빅뱅의 주인공은 누구?

"전기자동차는 혁명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다." 독일 다임러 벤츠 그룹 디터 제체 회장이 전기차에 대해 내린 촌평이다. 친환경 제품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서 전기차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의무란 뜻이다. 이를 입증하듯 메이저 자동차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친환경차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는 독보적이다. 지난 11월 LA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투싼 ix 수소차는 내년 초 캘리포니아에서 일반인 대상 첫 판매에 돌입한다. 또 내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두 번째 수소연료전지차인 콘셉트카 '인트라도'를 전격 공개한다.

또한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전기차 생산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틴 윈터콘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전기 자동차는 절대로 무효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IAA)에서 E-Up과 E-Golf 2개 모델을 공개했으며 내년까지 전기자동차와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합쳐 최대 14개 모델을 시장에 선보인다. 다임러 벤츠는 스마트 일렉트릭 드라이브에 이어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를 구상 중이며 BMW의 순수전기차 i3는 유럽과 북미에서 도심주행용 차량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순수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력 모델 S는 6만달러가 넘는 비싼 가격에도 20개국에서 1만5000대 이상 판매됐다. 내년 수요도 4만대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여세를 몰아 내년 듀얼모터 4륜구동 전기차 모델 X를 출시한다.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GM은 스파크의 전기차 버전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출시했으며 댄 애커슨 회장은 테슬라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포드 역시 포커스의 전기차 버전을 출시했으며 피아트 크라이슬러도 피아트 500e를 선보인 상태다.

일본 업체들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닛산의 순수전기차 리프는 2만달러 초반대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연간 1만대 이상 판매되며 북미 자동차 시장점유율 10%도 넘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강점을 보인 도요타는 순수전기차 SUV모델인 RAV4를 미국에서 판매 중이며 혼다는 소형모델인 피트의 전기차 버전을 내놓았다.

yoon@fnnews.com 윤정남 박하나 김병용 기자
일본 도쿄모터쇼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콘셉트카 리프 에어로 스타일(LEAF Aero Style)을 둘러보고 있다. 이 차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0% 전기차 리프를 기반으로 스타일리시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가한 모델.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출시됐다.
일본 도쿄모터쇼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콘셉트카 리프 에어로 스타일(LEAF Aero Style)을 둘러보고 있다. 이 차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0% 전기차 리프를 기반으로 스타일리시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가한 모델.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출시됐다.


"현재 닛산 전기차 리프를 타고 있다. 차를 바꾼다면 다른 전기차 모델로 바꿀 의향도 있다. 다만 주행 가능거리가 지금보다는 더 늘어야 한다."(나가사키·35세)

"지금은 일반 승용차를 타고 있지만 전기차로 바꿀 의향은 있다. 그러나 차가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우메츠·45세)

지난해 12월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일본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해 내놓은 반응이다.

전기차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컸다. 모터쇼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만큼 전체 일본인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수 관람객들이 전기차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들과 딸, 부인과 함께 매년 모터쇼장을 찾는다는 43세의 나가히로는 "일본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고 자동차업체들이 하이브리드는 물론 전기차 공급도 꾸준히 늘리고 있어 전기차를 아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 도쿄(일본)=김기석 기자】 현재 일본에는 미쓰비시 아이미브와 닛산 리프, 수제 자동차메이커 미쓰오카자동차 뢰구 등의 전기차가 판매되고 있다. 일본인들은 자국 전기차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나가사키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차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듯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를 내놓고 있지만 품질은 물론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닛산 부스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에서 열리는 모터쇼이다 보니 일본 브랜드인 닛산 대부분의 모델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관람객들은 자동차 구석구석을 살피는가 하면 성능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지곤 했다.

닛산이 도쿄모터쇼에 내놓은 전기차는 콘셉트카 리프 에어로 스타일과 e-NV200이다. 콘셉트카 리프 에어로 스타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0% 전기차 리프를 기반으로 스타일리시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가한 차량이다. e-NV200은 닛산의 두 번째 글로벌 전기차이자 NV200 다목적 상업용 밴의 100% 전기차 버전으로 이 차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 부스엔 전시된 차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테슬라부스는 작고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서전시동 1층 혼다 매장 옆에 마련된 테슬라 부스 규모는 얼핏 보기에도 33㎡(10평)이 채 안됐다. 바로 옆에 위치한 혼다 매장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였다. 매장 위치도 한쪽 구석에 마련돼 찾기가 쉽지 않았고 매장 규모가 작아 전시된 차도 1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기차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인지 일본 소비자들은 모두 테슬라 자동차를 보고 싶어 하는 듯했다. 테슬라 부스에서 만난 33세의 한 관람객은 "테슬라가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는 모르지만 이름은 예전부터 들어왔다"면서 "차량 디자인도 맘에 든다"고 말했다.

외부 전시장에는 테슬라와 파나소닉 공동 부스가 있었다. 테슬라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파나소닉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부스다.

파나소닉 이나무라는 "2017년까지 본격적으로 테슬라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라면서 "전기차 시장은 아직 시작단계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고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성장을 고려해 일본 정부와 자동차 업체들은 인프라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도요타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4개 브랜드는 전기차와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 충전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했고 일본 정부도 충전 인프라 구축에 1000억엔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내 전기차 시장은 올해 더욱 뜨거워질 예정이다.
BMW가 순수 전기차 i3를 출시할 예정이고 폭스바겐도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어서다.

kks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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