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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를 묻다] (下) ‘개혁개방 꽃 피우자’.. 톈진 등 11곳 FTZ 설립 각축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5 17:19

수정 2014.10.30 18:09

[중국의 미래를 묻다] (下) ‘개혁개방 꽃 피우자’.. 톈진 등 11곳 FTZ 설립 각축

【 베이징·톈진=차상근 특파원】 '중국이 전면적 개혁·개방의 바다로 나가는 출해구.'

지난해 9월 말 상하이에서 시험구가 출범한 뒤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자유무역구(FTZ)에 대한 중국 내 전문가들의 단적인 표현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가 '자유무역구를 통한 개혁 심화 및 개방 확대와 설립지역 확대' 방침을 결정하면서 각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자유무역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선전 등에 대한 경제특구 실험 이후 35년 만에 다시 시도하는 자유무역구를 통한 개혁개방 제2라운드는 중앙정부 주도의 과거 방식과 달리 지방정부 주도인 만큼 설립 경쟁도 치열하다. 과거 광둥성 지역이 그랬듯이 개혁개방의 실험은 지역 경제와 사회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혁개방의 보너스를 챙기는 데 뒤처지면 이번에는 선진화의 대오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팽배해 있다는 지적이다.

▲ 중국 톈진시 빈하이신구 내 자유무역구의 중심지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심상업구역(CBD) 초고층 복합오피스타워 건축현장.
▲ 중국 톈진시 빈하이신구 내 자유무역구의 중심지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심상업구역(CBD) 초고층 복합오피스타워 건축현장.

■톈진, 중국 북방의 홍콩으로

지난달 19일 찾은 톈진 빈하이신구의 중심상업지구(CBD)는 2년 반 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허허벌판이었던 계획부지에는 막바지 공사 중인 초고층건물들로 시야가 가려졌다. 빈하이신구의 중심물류구역인 둥장보세구는 갯벌을 매립한 땅이다. 희뿌연 안개 속에 바닷바람만 불던 끝도 없던 매립지는 구획정리를 마무리하고 컨테이너 야적이 한창이었으며 대형 크레인이 들어선 항만은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같은 달 30일 홍콩 문회보는 톈진을 며칠 전 방문한 리커창 총리가 "톈진의 자유무역구 설립 신청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는 국무원이 톈진을 상하이 자유무역구의 모든 정책을 뛰어넘는 중국 제1호 종합개혁 창조혁신구로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는 상하이가 시험구로서 금융 개혁 및 개방과 현대적 서비스산업 개방,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직능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톈진은 상하이의 경험에 더해 경제 및 산업 구조조정과 사회 운영체계 혁신까지 실험하는 종합판으로 성격을 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경우 톈진 내 후보지역은 홍콩에 버금가는 경제·사회적 선진화 체제를 갖춘 대규모 자유개방구를 지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톈진시는 2006년 국무원 비준을 받아 선전경제특구, 상하이 푸둥신구, 충칭 양강신구에 이은 네 번째 국가급 신구인 빈하이신구를 개발 중이다. 빈하이신구 내 둥장보세구를 중심으로 자유무역구를 준비했으며 상하이·광둥성과 막판까지 제1호 자유무역구를 놓고 경쟁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하이신구는 푸둥의 4배에 달하는 2270㎢ 면적에 153㎞의 해안선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항공우주, 석유화공, 바이오, 정보기술(IT), 신에너지·신소재 등 8대 경쟁우위 제조업부터 공항관련 산업구역, 항만물류구역, 개방된 금융시장까지 결합한 혁신형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최첨단 투자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 개방을 통해 개혁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중국 업그레이드의 바로미터 '광둥'

광둥성 지역은 자유무역구 조기 설립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접한 홍콩, 마카오와 연계한 시너지효과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개혁개방지로서 중국의 초기 자본축적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으며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이제는 조속한 퇴출과 승급 과정을 거쳐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필연적 과제도 안고 있다.

그 상징적 의미만큼 광둥성 정부의 자유무역구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고 스케일도 크다. 구역도 광저우 난사신구 및 바이윈공항지역, 선전시 첸하이신구, 주하이시 헝친신구를 포괄해 면적이 1300㎢에 달한다. 이는 상하이 자유무역구 28.78㎢의 45배에 달하고 홍콩특구 전체면적 1104㎢보다 크다. 상하이가 시험구라면 광둥은 대규모 지역에서 개혁개방을 통한 실질적 성과와 이익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홍콩·마카오 대상 서비스산업 개방 확대, 새로운 국제무역시스템 도입, 금융 개방 및 서비스 혁신구 건설, 정부기능 변환, 글로벌 기업 환경조성,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및 세관특수감독관리구역의 업그레이드 등이 기본 개혁방향이다. 명칭도 광둥과 홍콩, 마카오를 합친 웨강아오 자유무역구다.

광둥성은 자유무역구를 인접한 홍콩·마카오와의 자유로운 합작과 왕래의 통로로 삼아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나아가 홍콩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광저우 중산대 덩톈샹 교수는 "광둥성 자유무역구의 제도는 홍콩과 유사할 것"이라며 "인민폐 및 외환과 인력, 화물 등의 진출입을 자유화한다면 홍콩의 지위는 흔들릴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홍콩에 인접한 첸하이지역은 홍콩 역외금융센터와 연결돼 금융부문의 실질적 개혁실험을 심화시키고 물류, 정보, 과학기술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통해 주장강 삼각주 지역의 엔진 기능을 한다는 전략이다.

■자유화의 길에 11개 주요 지역 경합

현재 추가 자유무역구 경합지역은 톈진 둥장, 광둥 웨강아오 외에 저장 저우산, 푸젠 샤먼 핑탄, 산둥 칭다오, 충칭 량장신구, 허베이 차오페이뎬, 광시 핑샹 등 11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칭다오는 상대적 강점이랄 수 있는 한국과 일본 자본을 대거 유치하는 방향으로 한·중·일 경제무역합작의 선도구를 주된 기조로 하고 있다. 광시 핑샹 자유무역구는 베트남을 비롯,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무역투자에 특화할 계획이다. 충칭은 우수한 제조 및 방대한 시장과 함께 양쯔강 중류의 유일한 보세항 및 보세구역(충칭시용종합보세구)을 갖춘 물류경쟁력이 높은 도시다.

웨이젠궈 전 상무부 부부장은 자유무역구 정책의 전개 전망과 관련, "인민폐, 자본, 화물, 사람,서비스의 자유화를 실험하고 있는 만큼 상하이의 실험이 무르익을 때까지 추가 지정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 지역의 장점이나 특색을 적극 활용하고 정책적 우대도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와 마찬가지로 외자기업에 과거처럼 감세 등 금전적 혜택이 아닌 제도혁신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코스트를 낮추고 사업기회를 확장시켜주는 쪽으로 자유무역구의 방향을 잡고 있다.

내자기업에 비해 훨씬 높았던 시장장벽과 차별을 없애고 내외자 동일 조건을 적용하는 것이어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투자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지역이 자유무역구의 보너스를 노리고 있지만 기존 개발특구 지역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는 규제완화, 세제 및 재정지원, 자원의 이동자유 등에서 획기적 방안이 없으면 이제는 과거의 선전과 같은 성공이 재연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편 대만도 중국의 자유무역구 열풍에 위협감을 느끼고 이와 유사한 자유경제시범구를 대만의 하늘관문인 타오위안 공항기반도시를 비롯, 수도 타이베이, 가오슝 등 8개 지역에 설립할 예정이다.

csk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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