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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달탐사.. 우주강국 도약의 시험대 오르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26 18:05

수정 2014.10.30 03:15

한국형발사체·달탐사.. 우주강국 도약의 시험대 오르다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대한민국의 남쪽 끝 작은 섬, 전라남도 고흥군 외나로도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바로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발사가 마침내 성공한 것. 지난 2002년 8월 개발을 시작해 2009년 첫 발사 실패와 2010년 두번째 발사 실패를 거치고 발사 연기까지 포함하면 10여년간 총 7번째 시도 만에 극적으로 이룬 값진 결과였다. 이날 나로호 발사가 성공한 덕분에 우리 정부는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항공우주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나로호 발사 성공은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과 달탐사 프로젝트 등 이후 우주개발정책이 잘 추진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됐다.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들은 나로호 발사 1주년을 맞아 "나로호 발사 성공이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대도약할 수 있는 좋은 구름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 기다림 끝의 성공, 달콤한 결실

당초 나로호의 3차 발사는 2012년 10월 26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당시 1단 헬륨가스 주입구의 고무링이 파손되면서 발사 5시간을 앞두고 연기됐다. 그 다음 달인 11월 29일 다시 발사 시도를 했지만 이번엔 2단의 추력방향제어기(TVC)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사 카운트다운 17분을 남겨두고 또 연기됐다. 발사를 위해 협력한 러시아와의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3차 발사가 협력의 끝이었기 때문에 2013년 1월 30일 발사는 우리 우주당국으로서는 도박과 같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낮은 기온과 짧은 일조시간으로 발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나로호는 30일 발사예정 시각인 4시에 정확히 이륙했고, 발사 후 9분(540초)에 위성덮개(페어링)를 분리한 뒤 이어 1단(하단) 분리 및 점화, 2단(상단) 점화, 나로과학위성 분리 등의 절차를 거쳐 위성을 정상궤도에 진입시켰다. 예상 시나리오와 시간 오차가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성공이었다.

만 10년 동안 총 520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나로호의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러시아의 우주발사 체계 기술과 더불어 발사체 1단 국산화 선행 연구 및 상단 독자개발 기술, 발사장 지상시스템 기술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나로호 개발 기간 400여명의 기술연구인력과 300여명의 산업인력을 양성할 수 있었다.

■나로호 발사, 우주강국 향한 적시타

나로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가 품은 우주 강국의 꿈에 크게 한 발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적시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로호 성공이 새 정부 출범 직전에 이뤄지면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당초 2025년으로 예정돼 있던 달 탐사 계획을 5년 앞당기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의 실현을 위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이에 적극 나서게 됐다. 그 결과 2003년 11월 말 정부는 오는 2020년 상반기까지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활용해 그해 말까지 달에 궤도선과 탐사선을 보내는 탐사에 나서겠다는 '2020년 달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나로호 발사 성공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단이다. 지난 2010년 3월부터 시작된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나로호 발사 성공 직전인 2012년까지 3년간 총 2200억원의 예산을 받아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나로호 성공 이후 지난해 1040억원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고 올해 예산으로 2350억원을 책정받았다. 지난해 우주분야 전체 예산이 211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예산 지원을 받은 셈이다.

정부는 올해 한국형발사체의 엔진 구성품 시험설비 구축 및 발사체와 액체엔진의 예비설계를 완료하고 달탐사선 자력 발사를 위한 단계별 달탐사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로우주센터 계속 진화 중

나로호 발사 1주년을 맞아 항공우주과학계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한국형발사체와 달탐사라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집중할 때'임을 자각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나로호를 쏘아올린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도 발사체 개발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진화 중이다.

26일 현재 항우연에 따르면 나로우주센터는 한국형발사체 액체엔진의 핵심구성품인 연소기와 터보펌프 등을 시험할 수 있는 '연소기 연소시험설비'와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 등 2종을 오는 4월까지 구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말까지 '터보펌프 대형 상사시험설비'와 '추진 공급계 시험설비' 등 엔진구성품 시험설비 2종과 '엔진 조립.기능 시험설비' 1종을 추가로 구축하고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험설비를 구축해 총 10개의 시험시설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일단 오는 4월 2종의 엔진 시험시설이 구축되면 국내 주도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엔진 구성품에 대한 성능시험이 가능하게 된다.
성능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항우연 한국형발사체 사업단 박균제 팀장은 "그동안 국내에는 75t급 액체로켓엔진 시험이 가능한 대형시험시설이 없어 설계 및 해석 업무와 저추력 시험만을 진행해왔다"며 "이번 시험설비가 완공되면 3단에 사용되는 7t급 액체엔진과 1.2단에 사용되는 75t급 액체엔진의 연소기 및 터보펌프 등에 대한 성능시험에 곧바로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항우연 김승조 원장은 "이번 엔진 구성품 시험을 시작으로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역량을 더욱 집중해 2017년 시험발사와 2020년 3단형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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