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알림 사고·알림

[기자수첩] 中企 회계기준, 꿰어야 보배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29 14:22

수정 2014.10.30 01:38

[기자수첩] 中企 회계기준, 꿰어야 보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회계기준에 딱 들어맞는 비유다. 법무부는 지난해 대다수 중소기업들에 마땅히 적용할 회계기준이 없어 회계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자 한국회계기준원을 통해 중소기업용 회계기준을 만들었다.

중소기업만을 위한 회계기준을 공들여 만든 만큼 일반기업 회계기준을 적용했을 때보다 수월하게 회계장부를 작성하게 된 것은 당연지사다. 실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앞선 일반기업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특례조항을 찾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중소기업 회계기준은 33쪽 분량으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고 반겼다.
이렇게 훌륭한 회계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앞다퉈 이번 중소기업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작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당사자인 기업들이 중소기업 회계기준을 채택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득(得)이 크지 않아서다.

중소기업 회계기준을 만들 당시엔 새 기준이 중소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여 이들 기업이 자금을 융통할 때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민간금융기관은 중소기업 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장부라고 해도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받지 않은 이상 여전히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별도의 돈을 들여 외부감사를 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비외감법인이 자발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을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공들여 만든 중소기업 회계기준도 꿰어야 보배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