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여전히 ‘고객 정보수집’ 부추기는 은행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3 17:23

수정 2014.10.30 00:16

#. 국내 시중은행 대출파트에서 근무하는 A씨는 인사 시즌이 다가올수록 퇴근시간이 늦어진다. 근무시간이 끝난 후에도 고객 정보 수집을 위해 통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원들의 실적평가 시 고객정보를 많이 수집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고 있어 저녁 늦게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화기를 통해 얻는 정보는 자녀 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고객 취미 및 기호식품 등 고객들의 사소한 것이 대다수다.

국내 시중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고객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인사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적평가 때 업무에 필요한 필수정보 외에 고객들의 개인신상과 관련된 정보를 많이 수집할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어서다.


최근 고객정보 유출 파문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감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도 은행들의 무차별적인 고객정보 수집은 개선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직원 평가에서 고객정보를 많이 수집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고, 직원들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가족관계, 출신 학교, 취미 등과 같은 고객들의 개인적인 정보까지 수집할 것을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은행 직원들은 고객관계관리(CRM)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진기법이라며 도입된 CRM이 우리나라에서는 경쟁적으로 고객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으로 변질됐다"며 "은행 직원들 역시 이같이 무리한 고객정보 수집 활동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은행들은 직원들이 수집해 온 고객정보를 내부 전산시스템에 축적한 후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객 개개인의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분별하게 수집된 고객정보를 자체적으로 가공해 경쟁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이 수집한 고객정보는 내부 전산시스템에 모아 다양한 정보로 가공된다"며 "이런 정보들로 고객들의 성향까지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무분별한 고객정보 수집이 직원 실적평가로 이어진다는 얘기는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최근 시중은행 직원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국내 대형 시중은행 직원이 불필요한 고객정보를 많이 수집할수록 실적평가 점수가 올라가 직원들이 무차별적 고객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는 제보를 했고, 금융노조 차원에서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