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문투성’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피해자가 되례 징계?

김주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5 16:14

수정 2014.10.29 23:09

르노삼성자동차가 사내 성희롱 사건과 관련, 오히려 피해자에게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도움을 준 동료 직원에게도 부당한 징계를 내리는 등의 행동으로 피해자를 죽음까지 생각하는 상황까지 내몰았다.

이 같은 르노삼성자동차의 사내 성희롱 사건은 국회에까지 번졌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키로 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다산인권센터와 한명숙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용인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을 규탄했다.

이들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에 근무하는 피해자 김모씨는 지난 2012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약 1년에 걸쳐 같은 팀에 근무하는 팀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팀장은 김씨에게 성적 발언이 담긴 문자를 보내고 손을 잡는 등 애정표현을 하거나 사적인 만남을 제의하는 등 상사의 권력을 이용해 성적 모욕감을 줬다.

이에 김씨는 회사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가해자가 보낸 사적인 문자를 봤다"는 동료들의 증언도 이어졌지만 회사는 이러한 진술로는 성희롱 입증이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가해자가 인정한 특정 성적 언동에 대해서만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오히려 회사는 주말 산행을 제안한 팀장에게 김씨가 "다음에 가자"며 완곡하게 거절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성적 만남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의문투성’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피해자가 되례 징계?

김씨가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인사팀에 신고하자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회사는 신고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가해자에 2주 정직과 팀장직 보직해임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고, 회사에는 "여자가 먼저 유혹했다", "만남에 동의해 놓고 이제 와서 무고한 사람을 성희롱으로 신고했다"는 등의 악의적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회사는 또 "김씨가 부하직원에게 협박성 발언을 해 진술서를 받아냈다"며 김씨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고, 나아가 김씨의 피해 사실을 진술한 동료에 대해서는 근태로 인한 1주일 정직 처분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후 동료들은 회사의 보복성 징계가 두려워 김씨와 어울리길 꺼려했고, 상사가 팀원들에게 피해자와 어울리지 말라고 말하는 등으로 조직적 왕따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지방노동위원회가 "김씨와 도움을 준 동료가 부당징계를 받았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 준 후에도 회사의 보복은 계속 이어졌다.

회사는 이들에 대해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통보를 했고, 용역직원을 동원해 회사의 기밀문서를 빼낸 것처럼 꾸며 형사고소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동료는 정당한 이유 없이 승급시험을 볼 기회를 박탈당했다. 또 김씨는 업무평가에서 F를 받았다.

김씨와 동료 직원은 현재 별도의 분리된 회의실에 갇혀 있는 상태다. 점심시간 1시간과 휴식시간(오전, 오후 10분씩)을 제외하고는 사전 승인 없이 회의실을 이탈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여성민우회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와 같은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전체 상담 건수의 56.35%를 차지하며 불이익 조치에 대한 사례는 전체의 35%인 79건에 이른다"며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행위자에 징계를 내리는 등 조치를 해야 하며, 피해자에 해고 등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법에 명시된 만큼 르노삼성은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자동차측은 사내 성희롱 사건과 관련, 가해자에게는 엄정한 징계를 내렸으며 피해자측이 주장하는 보복성 징계 등은 성희롱 사건과 무관한 사내 주요문서 유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사측은 “성희롱 사건 초기부터 여성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철저한 사실조사를 거쳐 가해자에게 합당한 징계를 내렸다”면서 “동료 직원이 정직 처분을 받은 것은 성희롱 사건과 관련 없이 8시간 근로시간 미준수 행위 때문이었고, 이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인정한 바”라고 밝혔다.


이어 “동료 직원이 부당 정직 등 구제신청 사건과 관련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했던 징계위원회의 심문자료는 그가 적법한 방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또한 징계위원회 관련자 어느 누구도 전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해당 자료를 절취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는 징계 처분을 받은 뒤에도 다량의 회사 소유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했다”고 강조했다.

또 “김씨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부하직원에게 의무 없는 진술서를 쓰도록 했고, 그에 따라 성희롱 사건과는 별개의 건으로 징계를 받은 것”이라며 “특히 김씨가 동료의 절도 사건에 가담했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씨가 가해자와 회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 중에 있어 회사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 징계 판정에 대해서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kjy1184@fnnews.com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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