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스펙타큘러 팔팔땐스’로 돌아온 무용가 안은미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4 16:46

수정 2014.10.29 14:22

‘스펙타큘러 팔팔땐스’로 돌아온 무용가 안은미

알록달록 유치찬란한 옷을 입고, 큼지막한 나비 리본 머리띠를 빡빡머리에 맨 안은미의 패션은 예상한 바였다. "일반적인 캐릭터로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을 모르지 않았던 터. 하지만 이 컬러풀한 땡땡이 옷이 이렇게 어울릴 줄이야.

머리를 빡빡 밀기 시작한 건 스물아홉살부터였다. 그 상태로 거리를 활보했을 때 세상 사람들은 "저기 미친년 간다"며 다 쳐다봤지만, 그걸 즐기며 통쾌해했던 사람은 오히려 그였다. "쳐다보면 같이 쳐다봤어요. 그리고 씨익 웃었죠. 사람들 눈이 무서웠다면 예술을 할 수 있었겠어요."

이화여대 무용과 출신의 안은미(51)는 '춘향' '바리' '토끼는 춤춘다' 등을 통해 전통의 근원을 쫓으면서도 강렬한 원초적 해석으로 주목받은 무용가다. 현대무용으로 해외 극장들과 공동작업한 것도 국내선 그가 처음이었다. 3년 전 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면서 마니아와 평단의 지지를 넘어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존재론적 물음으로 자기만의 무용 세계를 구축했던 안은미는 2010년부터 '몸의 인류학적 의미'에 천착해왔다. 할머니, 10대, 아저씨 세 그룹의 '몸성'을 무대로 불러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2011년), '사심 없는 땐스(2012년),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2013년)가 그 결과물이었다. 3부작 몸의 역사성에 대한 탐구를 끝내고, 그는 이제 몸이 발딛고 있는 공간, 도시의 '춤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3년간 이어온 시리즈의 최종편이자, 3부작 전제에 해당하는 내용이에요. 할머니, 10대, 아저씨들은 무대 위서 신나게 춤을 추었지만, 사실 그 춤을 추게 한 건 누구였을까요. 엄밀히 보면 춤춘 건 그들이 아닐 수도 있어요. 거대한 콘크리트 박스 안의 손바닥만 춤을 춘 건 아니었을까요. 진짜 춤추고 있었던 건 자고 나면 솟았다 무너지는 도시의 건물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서울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공연될 '스펙타큘러 팔팔땐스'는 안은미의 이런 고민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지난 21일 공연장 무대 설치가 한창이던 연강홀 분장실은 그의 요란한 웃음으로 들썩거렸다. "훌라후프 돌리기를 생각해보세요. 사람이 훌라후프를 돌리는 걸까요, 훌라후프가 사람을 돌리고 있는 걸까요. 작품은 그 비밀을 캐내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그는 "우리가 사는 도시가 얼마나 현란하게 춤추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며 "스펙터클한 물량의 도시, 뭔가 회오리치는 것에 휘말려 떠내려가는 삶이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같은 사각형 빌딩숲이 도시를 구축하면서 자유로웠던 인간의 몸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추적한다. 작품 영상을 위해 넉 달가량 서울 인근 신도시, 인천, 경기 일산 등지를 다니며 20∼30년 된 빌딩이 순식간에 철거되는 장면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도시 속에 들어가 욕망의 속도를 기록한 거예요. 결국 몸에 제 위치를 돌려주고 춤출 수 있는 공간, 그런 사회로 가기 위한 길을 닦는 게 이 작업의 의미"라는 게 그의 말이다. 문화비평가 이영조는 "춤추는 도시에서 춤추지 못하는 인간들을 위한 위로"라는 말로 이 작품을 표현했다.
안은미를 포함한 9명의 전문 무용수와 할머니·아저씨·아이들 40여명이 무대 위에 올라 이 '도시의 인문학적 보고서'를 완성한다. 2만~3만원. (02)708-5001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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