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집값 내렸으니 이자 더 내”.. 하우스푸어 ‘눈물’

고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2 18:08

수정 2014.10.29 00:12

“집값 내렸으니 이자 더 내”.. 하우스푸어 ‘눈물’

#.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위해 A은행을 찾은 김미숙씨(가명). 돌연 해당 아파트 시세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만기 연장보다는 신용대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은행 직원은 현재 금리의 두배 가까이 올리겠으니, 원치 않으면 일시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그간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상환금을 납입해 왔고, 수십만원에 달하는 이자 역시 매달 꼬박꼬박 냈다"며 "대출 연장은커녕 갑자기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이자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것은 빚을 어떻게 갚으라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일부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재계약 대상자에 대해 금리를 과도하게 책정,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집값이 하락하자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선을 넘기는 대출자들이 늘어나면서 즉시 상환해야 할 대출금이 크게 늘어났다.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시류에 편승, 이들을 상대로 만기연장이나 신용대출로 전환해 주는 조건으로 평균 3~4% 수준이던 금리를 10% 이상으로 올려받으면서 대출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일 금융당국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LTV(60%) 상한 초과 대출규모는 약 56조원으로 52조9000억원 선이던 전년 대비 3조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1·4분기도 지난해에 이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터라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로 집을 마련한 상당수 '하우스푸어'들이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중은행들은 오히려 이들을 상대로 2배 이상에 달하는 금리를 책정,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께 집값이 큰 폭으로 내려 가계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는 지역의 대출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 압박을 완화한다는 내용의 대응책을 발표했다. 당시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 중 LTV가 올라 상환이 불가피한 대출금을 바로 회수하는 대신, 한도 초과 대출금에 한해 장기분할 상환 방식 및 저금리의 신용대출로 전환해 가계 부담을 완화시켜주기로 했다.

하지만 A은행의 경우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는 등 상환 능력이 되는 채무자임에도 집값 하락을 근거로 만기 연장 시 오히려 신용대출로 전환, 금리를 10% 안팎까지 끌어올렸다. B은행 역시 LTV 초과 대출금에 대해선 일시 상환을, 나머지 미환수 금액에 대해선 재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금리를 3배 가까이 올렸다.

이외에 다른 시중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경기도 좋지 않은 이때 집값 하락까지 이어지자 최근 2~3년간 LTV 초과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부실대출 리스크를 우려한 은행이 일시 상환을 요구하고, 상환 못하면 금리를 높게 책정하고 있어 채무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12년에 발표했던 방침에 따라 고객들에게 최대한 만기 연장을 해주고 신용대출로 전환하더라도 금리 수준을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만기 연장 또는 신용대출 전환 시 금리를 크게 올리는 경우에 대해 추후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