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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넘치는 대기업.. 배당은 ‘뒷전’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3 16:58

수정 2014.10.28 10:44

곳간 넘치는 대기업.. 배당은 ‘뒷전’

국내 주요 20개 상장사들의 평균 유보율이 3000%에 육박하는 등 현금이 쌓이고 있지만 배당에는 인색해 투자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유보율은 영업 활동에서 생긴 이익인 이익잉여금과 특수 거래에서 생긴 이익인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을 납입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클 때 재무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낮은 배당이 장기투자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10대 기업 집단(금융계열사 제외) 소속 상장사 중 상위 20개사의 최근 3개년 동안 유보율이 28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 현대, SK, 롯데 그룹 계열사들 대부분이 돈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1조원을 초과하는 이들 대기업의 최근 3년간 평균배당성향은 17.52%에 불과했다. 시가배당률은 1.45%로 저조했다.

업체별로 보면 SK텔레콤이 지난해 유보율이 3만7207%에 달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3만3773%, 2012년 3만6013%로 매년 유보율이 증가했다. 유보율이 3만%가 넘는 기업은 SK텔레콤이 현재 유일하다.

롯데칠성도 지난해 유보율이 2만8197%에 달했다. 롯데칠성은 2011년 1만8543%에서 2012년 2만7051%로 유보율이 급증했다.

다음으로 SK C&C가 2만7577%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SK C&C는 2011년 1만4211%, 2012년 2만4611%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동안 유보율이 1만5000%포인트 이상 늘어나 증감폭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롯데제과가 2만3258%, 삼성전자 1만8712%, 현대글로비스 1만533% 등으로 1만% 이상의 유보율을 나타냈다. 롯데푸드(9780%), 롯데쇼핑(9780%), 포스코(9515%), 에스원(4795%) 등이 유보율 상위 10개 업체에 포함됐다.

이민형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별도의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데도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은 총주주수익률(TSR)을 중시하지 않는 곳"이라며 "이는 배당목적을 위해 장기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을 막는 요소"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최근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외면하고 단기투자로 단순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행태는 기업들의 낮은 배당률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극적인 배당은 투자 대상의 안정적인 배당성향을 장기투자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투자 포트폴리오 편입에서 배제되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잉여금을 쌓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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