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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환율체력’을 키워라] (2) ’원화강세‘ 통화정책 딜레마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5 17:10

수정 2014.10.27 04:34

[한국경제 ‘환율체력’을 키워라] (2) ’원화강세‘ 통화정책 딜레마

환율을 두고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최근의 고환율은 기업 경영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제적인 시선과 내수 사정 등을 의식해 외환시장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원화강세 기조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서도 한 가지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최근 경기 회복세 등을 근거로 금리방향을 인상으로 공고히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통한 원화 평가절하 필요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환율 '적정선' 놓고 고민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외환당국은 원·달러 1000원 마지노선 사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로 내려앉으며 지난 2008년 8월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후 당국의 시장개입이 수차례 포착됐다. 지난 20일에는 장중 원·달러 환율이 1021.6원으로 떨어지자 당국은 달러화 매수 개입을 통해 1020원 선을 지켜냈다. 14일과 15일에도 횐율이 1020원 선을 위협하자 이틀 연속 미세조정 수준의 개입으로 환율 하락폭을 줄인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앞서 외환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환율의 지나친 쏠림현상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시장 개입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기재부는 지난 9일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외국인 자금 유입, 역외 차액선물환(NDF) 거래 등에 있어 투기적인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란 메시지를 발표하며 4월 10일 이후 한 달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올해 1·4분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주요 20개국(G20) 통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 변동성 중 네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 패턴이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구분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부 시선과 투기세력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정부가 큰 흐름을 거스르는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수출기업들을 지키고 내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환율 수준에 대해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정부개입은 경상수지 흑자와 세계경제 회복세 등의 영향으로 인한 환율 하락 추세를 정부가 막기보다는 속도 조절을 한 것으로, 큰 흐름에서 보면 지난 2년간 유지됐던 고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는 내수를 키우기 위해 환율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정부는 환율하락으로 인한 수출과 내수의 영향력에 대한 계산을 통해 환율 적정 수준을 찾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리인상 가능할까

지금의 원화강세 기조는 한은이 내세우고 있는 '금리인상' 방향에 대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통화 평가절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금리인상으로 인한 원화 평가절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줄 수 있는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화 영향뿐 아니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경제 각국 통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모두 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미국은 경기회복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도 달러 약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발권력을 통한 엔저 정책을 1년 넘게 고수하고 있다. 중국 역시 올 들어 수출이 급감하자 지난 3월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를 추진하며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도 원화가치 절하 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최근 발간한 '미래경제'를 통해 "한국은행이 원화가치의 평가절하를 도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반면, 원화 가치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무역 상대국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민근 연구원은 "통화정책에서 환율만 고려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도 원·달러 하락세를 멈출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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