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의 화려한 수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중국이 지구촌의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알리는 공식 인증에 다름 아니다. 1979년 1월 덩샤오핑의 방미는 중국의 개혁 개방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였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오늘의 후진타오의 방미는 미국과 중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세계 질서를 논의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중국과 미국의 견해 차이는 이번 회담에서도 평행선을 그었다. 미국은 인권 존중이 보편적이고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압박했으나 중국은 상이한 국가적 환경을 고려해야하며 내정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방어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을 강조했지만 중국은 환율제도 개혁과 유연성 증대를 촉진하다는 원칙론으로 응답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 미·중 두 나라는 상당한 합의를 도출했다. 두 정상의 공동성명은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우려를 표시하고 6자 회담의 재개를 촉구 했다.
그러나 이렇게 점잖고 원론적인 압박에 북한이 완강한 자세를 허물고 긍정적 신호를 보내올까. ‘우라늄 농축 우려’가 향후 유엔 대북 제재 강화의 근거가 될 수도 있으나 북한은 사태 교착 책임이 남측에 있다고 다시 한번 어거지를 쓸지 모른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을 감싸고 도는 중국의 속내가 은연 중에 배어 나왔다. 이번 회담에서 ‘혹시나’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릴까 기대했던 마음은 ‘역시나’ 실망으로 돌아갔다. 이제 북핵 해결이나 북한의 서해 도발 책임을 거론하는 일은 지구전으로 들어갔다. 한국 외교가 이 난국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가가 향후 관심의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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